오류 정정 시스템이 멈추었나?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대결에서 심판위원들이 ABS 판정오류를 놓고 일종의 담합을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오류를 바로 잡는 여러 단계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전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부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수비였다. 이재현 타석때 볼카운드 0-1에서 이재학이 던진 2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는데 볼판정을 받았다. 더그아웃에 비치된 태블릿 PC에는 스크라이크 판정으로 표시됐다. 강인권 감독은 5구째를 던진 후에야 억울하다며 어필에 나섰다. ABS 볼판정 어필은 다음 투구가 이어지기전에 해야한다. 규정상 되돌릴 수 없었다.
심판진도 논의를 거쳐 NC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마이크를 잡고 “김지찬 선수가 도루를 할 때 투구한 공이 심판에게 음성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 판정이 됐다. NC 측에서 그걸 어필했지만 규정 상 그 투구가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서 정정이 돼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서 카운트대로 진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심판들의 논의 과정이 중계방송을 맡은 SBS 스포츠의 화면을 타고 그대로 생중계됐다. 귀를 의심케하는 말이 등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민호 심판팀장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이어 문승훈 주심이 “(인이어가) 지직거리고 볼 같았다”고 말했고 추평호 3루심도 "지지직으로 들렸어요”고 덧붙였다. 볼판정 콜은 주심과 3루심이 동시에 받는다. 주심과 3루심의 발언을 보자면 볼판정 전달 통신장비인 '인이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잡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스트라이크 판정을 못했다고 바로잡으면 될 것을 "음성은 볼이었다"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순간적으로 비난을 모면하려는 은폐성 발언으로 사태를 키웠다.
이번 사태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잡음 등 기계적 오류이든 사람이 착각했든 주심이 스크라이크콜을 듣지 못한 것이 1차 문제였다. 주심이 스크라이크 콜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경우 ABS 현장직원이 정정하는 조치도 뒤따르지 않았다. NC도 곧바로 어필했으면 정정을 받아낼 수 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만일 더그아웃 태블릿 PC에 늦게 떴다면 이것도 중대한 문제이다. "빠져나가려면...". "안깨지려면..."이라는 심판팀장의 자극적인 말만 남아 '승부조작'이라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KBO는 경기 심판들에게서 경위서를 받았다. 심판들은 승부조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방송사의 중계화면을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징계를 하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에서 드러난 진짜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해 ABS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왜 오류 정정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