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28, 한국토지신탁)이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박지영은 14일, 인천 중구 클럽72의 하늘코스(파72/6,648야드-예선, 6,685야드-본선)에서 막을 내린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67-66-66-67)의 성적으로 우승했다.
스코어를 봐서 알겠지만 이 성적을 내고도 우승하지 못했다면 그 대회가 이상한 거다. 최종 라운드가 펼쳐진 14일까지 나흘내내 66~67타를 쳤다. 코스 세팅이 변별력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의 스코어다. 함께 경쟁한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를 보면 변별력을 따질 상황은 아닌 듯하다.
준우승한 정윤지가 최종합계 16언더파로 같이 날긴 했지만 그 아래 선수들의 스코어는 대체로 합리적이다. 공동 3위의 박현경 조아연이 12언더파, 공동 5위의 이예원 배소현 김지수 이제영 노승희 이가영이 11언더파를 적어냈다. 코스 세팅이 까다롭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22언더파가 쉽게 나올 정도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유달리 박지영이 클럽72 또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과 잘 맞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단 박지영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과 인연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박지영은 2022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의 초대 챔피언이다. 지난 해 2회 대회 때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4라운드 때 갑자기 무너졌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이 대회가 페럼 클럽에서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대회장인 ‘클럽72’ 보다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과의 인연에 더 무게가 실린다.
박지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워낙 이번 주 내내 샷 감이 좋았다. 첫 날 샷 감이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 벌써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 사실에는 좀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즌 초반에 이렇게 빨리 우승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비거리도 늘리고 집중해서 플레이하자는 마음만 가지고 했다. 오늘의 우승으로 앞으로는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이날 우승으로 개인 통산 8승을 챙겼다. 게다가 통산 상금 40억 원도 돌파했다.
이 사실을 우승 인터뷰에서 알게 된 박지영은 “몰랐다. 내가 통장을 갖고 있지 않아서 상금이 40억을 돌파한 줄도 몰랐다. 앞으로 더 열심히 벌어서 50억을 향해 달려가자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워낙 단독 질주를 한 탓에 최종라운드에서 박지영은 우승 여부 보다는 색다른 기록 하나를 더 노리고 있었다. 바로 72홀 노보기 우승 기록이다. 이 기록은 역대 KLPGA 투어에서 단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았다. 54홀 노보기 우승만 5차례 있었다.
사흘 내내 노보기 플레이를 해 온 박지영은 14일 최종라운드 파3 16번홀에서 처음으로 보기를 적어냈다. 티샷이 길었다. 16번홀에서 범한 보기가 박지영의 이 대회 유일한 보기였다.
이 상황을 박지영은 “티박스에서 핀까지 150미터 거리라 7번 아이언으로 치면 충분히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감겨 맞아서 그린 뒤로 넘어갔다. 당황했지만 어프로치로 잘 해결하겠지 생각했는데 또 짧았다. 퍼트도 들어가겠지 했는데 안 들어가서 이 기록이 깨졌구나 싶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노보기 플레이의 비결에 대해서는 “최대한 공을 그린에 올리려고 노력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세컨드샷을 공략하되,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에는 공격적으로 나간다. 실수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으로 치기 때문에 보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노보기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실수 없이 플레이를 했다는 거니까 갖고 싶은 타이틀이었다. 이번에는 안타깝게 보기를 했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이번 대회를 보는 총평은 “떨리고 힘들었던 하루”였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
박지영은 “대회 전까지 컨디션이 좋았는데 월요일부터 위경련이 계속 됐다. 아파서 밥도 거의 못 먹는 바람에 힘도 없었다.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다행히 샷이 잘됐다. 아이러니했다. 다음에도 밥을 안 먹어야 하나 싶다”며 웃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