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이탈에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강력한 ‘잇몸 야구’로 새얼굴들이 급부상하며 팀에 활기가 넘친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투타를 가리지 않고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시즌 전 외야수 나성범(햄스트링)을 시작으로 개막 후에는 투수 임기영(옆구리), 이의리(팔꿈치), 내야수 황대인(햄스트링), 박찬호(허리), 박민(무릎), 윤도현(중수골) 등 부상자가 끊이지 않아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KIA는 이번 주 5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13승4패 승률 .765)를 내달리고 있다. 지난 9~11일 광주 LG 트윈스전을 스윕하더니 12~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도 연승을 이어나갔다.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팀 평균자책점(2.92), 타율(.306), OPS(.839) 모두 1위를 달릴 정도로 투타 밸런스가 좋다. 그만큼 뎁스가 두껍고, 팀이 가진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거듭된 부상 악재를 기회로 삼는 젊은 피들의 출연도 신선하다. 2년차 좌완 곽도규가 11경기(8⅓이닝) 14탈삼진 무자책점 행진을 펼치며 불펜 새 필승조로 떠올랐고, 야수 쪽에선 포수 한준수가 11경기 타율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 6타점 OPS .960으로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와 투수 리드까지 일취월장하며 비중을 늘리고 있다.
박찬호의 부상 이후에는 4년차 박민이 유격수로 기회를 받았다. 실책 3개가 아쉽지만 7경기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로 괜찮은 타격 솜씨를 보여주던 박민마저 부상으로 빠지자 또 다른 4년차 홍종표를 2군에서 불러 기회를 줬다. 지난해 1군 등록일수 116일에도 40경기 12타석에 그쳤던 홍종표는 3경기 만에 14타석에 들어서 타율 5할(10타수 5안타) 3타점으로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신임 이범호 KIA 감독은 줄부상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플랜B, 플랜C를 즉시 가동하며 전력을 뽑아내고 있다. 백업이나 2군 선수들에게도 폭넓게 기회를 주며 동기 부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이범호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아직 몇 경기 안 했지만 1군 경기를 제대로 뛰면서 ‘나도 1군에서 할 수 있네. 나도 되네’ 이런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에이스 양현종도 “어린 선수들이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이기고,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시즌을 길게 보고 있다. 특정 선수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라면 쭉 밀어주는 유연함이 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한준수를 김태군 대신 3경기 연속해 선발 포수로 내세웠고, 우타자에게 약했던 좌완 곽도규를 12~13일 연이틀 우타 라인에 밀어붙였다.
이 감독은 “좌타자한테만 쓰는 게 필승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좌우 지그재그 타선이 많이 짜여져 있기도 하다. 투구수가 20개 넘어가고 2사에 우타자라면 중간에 잘라갈 순 있어도 그게 아니면 좌우 가리지 않고 1이닝씩 막을 수 있게 연습시키는 것이 앞으로 봤을 때 더 좋은 방향이다”고 말했다.
13일 한화전을 앞두곤 마무리투수 정해영에게 완전 휴식을 부여했다. 12일 한화전에서 1⅓이닝으로 시즌 첫 4아웃 세이브를 잡았지만 투구수가 21개로 많지 않았고, 그 전날(11일) LG전에 등판하지 않아 연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11일 경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불펜에서 팔을 풀었다. 그걸 감안하면 3연투를 한 상황이다. 오늘 무조건 쉬어주기로 했다”며 무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KIA는 7회초까지 11-2, 9점차로 크게 앞섰지만 7회말 불펜 난조로 7실점을 허용했다. 김도영을 5회, 최형우와 최원준을 7회에 교체하면서 체력 관리에 나섰지만 한화의 맹추격에 진땀을 뺐다. 마지막까지 가슴 졸인 경기였지만 결과적으로 마무리 정해영을 아끼면서 승리까지 했으니 일석이조 경기였다. 시즌 초반 줄부상 악재에도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KIA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