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기세가 미쳤다. 김수현과 김지원이 세기의 로맨스를 그려가며 안방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박지은 작가의 마법이 안방을 장악하고 있는 건데 비단 주인공 캐릭터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버릴 게 하나 없는 조연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중 남녀 주인공의 엄마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를 맡은 두 배우의 이름이 같다. 여주인공 홍해인(김지원 분)의 엄마 김선화 역은 배우 나영희가, 남주인공 백현우(김수현 분)의 엄마 전봉애 역은 배우 황영희가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엄마 캐릭터를 소화하며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나영희가 분한 김선화는 퀸즈백화점 VVIP클럽을 운영하는 재벌가 사모님이다. 딸 홍해인과는 결혼 때문에 사이가 더 틀어졌고 아들 홍수철(곽동연 분)만 끼고 도는 편애주의자다. 백현우와 홍해인을 눈엣가시처럼 보다가 하루아침에 윤은성(박성훈 분)에게 뒤통수를 맞은 뒤엔 자신이 무시하던 용두리 사돈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김선화는 초반 악역인 것처럼 그려졌지만 용두리에서 180도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호텔이나 별장으로 가겠다고 했다가 소똥을 밟는가 하면 커피값이 없어서 전봉애의 배밭에서 일을 돕고 수당을 받았다. 난생 처음 입은 꽃무늬 일바지는 찰떡이었고 수면제 없이 못 잔다던 그는 비빔밥을 맛있게 해치운 뒤 골아떨어졌다.
김선화가 밉상과 허당 사이를 오간다면 전봉애는 ‘엄마’ 그 자체다. 재벌가에 장가간 백현우가 홍해인과 이혼하겠다고 선언하자 아들의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전봉애를 찾아가 대신 사과했다. 하지만 홍해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걸 안 백현우가 이혼을 철회했다는 사실을 듣게 됐을 땐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울었다.
현재 김선화는 딸 홍해인의 투병 사실을 모르는 상황. 먼저 알게 된 전봉애는 홍해인을 더욱 딸처럼 챙기고 있다. 이혼한데다 집안까지 망한 ‘전’ 며느리지만 매번 상다리가 부러져라 밥상을 차려준다. “감방 갈래, 시댁 갈래 물으면 난 감독”이라고 말하는 나비서(윤보미 분) 앞에서 홍해인이 당당하게 자신은 시어머니가 다 해준다고 자랑할 정도.
지난 7일 전파를 탄 10회에서 홍해인은 윤은성으로부터 백현우를 지키고자 퀴즈 백화점 대표에 복귀하고 윤은성과 재혼하는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현장에서 그는 윤은성이 백현우를 인질 삼아 협박했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이 시한부라는 것까지 털어놓았다. 체념하고 돌아서던 백현우와 옆에 있던 윤은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이제 식구들 모두 홍해인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될 터다. 홍해인이 윤은성과 짜고서 가족들을 망하게 한 것 아니냐고 막말을 퍼붓던 김선화가 딸을 어떻게 대할지, ‘시엄마’가 아닌 ‘친엄마’처럼 홍해인의 아픔에 같이 울어주던 전봉애가 얼마나 더 애틋해질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영희와 영희, 나영희와 황영희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눈물의 여왕’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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