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텐 하흐(54) 감독이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게 되는 분위기다. 이미 선수들은 눈치를 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더 선'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맨유 선수들은 텐 하흐 감독이 경질을 체념한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짐 랫클리프 구단주와 회의한 뒤 다음 맨유 감독 후보에 올랐다"라고 보도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2022년 여름 아약스를 떠나 맨유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아약스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돌풍과 에레디비시 3회 우승을 일궈냈기에 기대가 컸다. 맨유 수뇌부는 구단 체질 개선을 맡을 적임자로 텐 하흐 감독을 선택했다.
첫 시즌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흔들리던 팀 분위기를 다잡으며 맨유를 리그 3위로 올려뒀다. 게다가 리그컵 정상에 오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맨유가 무관을 벗어난 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한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이었다.
하지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성적이 나빠졌다. 맨유는 올 시즌 UCL에서 조별리그 꼴찌로 탈락하며 고개를 떨궜다. 어려운 조 편성도 아니었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와 덴마크 코펜하겐에 발목을 잡히며 충격을 줬다.
리그 성적도 좋지 않다. 현재 맨유는 승점 49점으로 6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 경기 더 치른 5위 아스톤 빌라(승점 60)와 격차는 무려 11점. 시즌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둔 상황인 만큼 사실상 4위 싸움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이적시장 성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텐 하흐 감독이 주도해서 데려온 안토니와 메이슨 마운트, 타이럴 말라시아 모두 실패했다. 특히 안토니는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억 유로(약 1467억 원)나 주고 영입했지만, 올 시즌 리그 0골에 그치며 '양아들'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여파로 맨유는 FFP 문제에 걸려 1월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새 얼굴을 데려올 여유조차 없었다.
텐 하흐 감독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 지난해 12월 새로운 구단주가 된 랫클리프 경은 변화를 고민 중이다. 이미 첼시에서 경질됐던 포터 감독과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을 비롯해 몇 명이 물망에 올랐다. 포터 감독은 아약스의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선은 "맨유 선수들은 텐 하흐 감독이 시즌이 끝날 때 스스로 물러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최근 감독의 태도에 변화가 있음을 알아차렸다"라며 "올드 트래포드에서 텐 하흐 감독의 미래는 의심스럽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랫클리프 경은 최근 텐 하흐 감독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는 잔인한 조직이 아니지만, 때로는 인기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공개적으로 텐 하흐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거부했다는 점이다.
최근 분위기도 좋지 않다. 맨유는 지난달 31일 브렌트포드와 1-1로 비겼고, 지난 5일엔 첼시를 상대로 3-4로 패했다. 특히 첼시전에선 99분 17초까지 앞서다가 두 골을 내리 실점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늦은 역전패'라는 굴욕적인 역사를 썼다.
텐 하흐 감독은 첼시전을 마친 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원하는 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이젠 결별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더 선은 "맨유 선수들은 텐 하흐 감독이 경질될 걸 알고 있음을 암시하는 분위기 변화를 포착했다"라며 "포터 감독이 랫클리프 경과 회담을 가진 뒤 지휘봉을 물려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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