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쓸어 담았다. 시즌 첫 3연전 싹쓸이의 중심에 김헌곤(삼성)이 있었다.
지난 2년간 부진과 부상 속에 존재감이 옅어졌던 김헌곤은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서 결승타를 터뜨리며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바꿔 놓았다. 4-4로 맞선 9회 1사 3루서 대타로 나서 KIA 필승 카드 전상현에게서 좌중간 2루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KIA를 7-4로 꺾고 지난달 26일 잠실 LG전 이후 8연패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헌곤은 지난 7일 KIA전에서도 4-3으로 앞선 8회 1사 후 장현식을 상대로 좌월 솔로 아치를 빼앗았다. 추가 득점이 필요한 가운데 김헌곤이 귀중한 한 방을 터뜨리며 7-3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삼성은 KIA 3연전을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마감했다.
‘수비는 기본, 공격은 기분’이라는 김용국 TBC 해설위원의 표현처럼 KIA 3연전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김헌곤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주중 3연전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9일 경기에서 3-1로 앞선 6회 달아나는 투런 아치를 터뜨리는 등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선발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삼성은 롯데를 8-1로 누르고 3연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김헌곤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지난 10일 경기에서도 3안타 경기를 완성하며 10-7 승리에 기여했다.
김헌곤은 11일 경기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2점 차로 근소하게 앞선 9회 승부를 결정짓는 적시타를 날렸다. 김재상의 볼넷, 김지찬의 2루타로 만든 2사 2,3루서 우완 정우준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4-0.
김헌곤은 롯데 3연전에서 14타수 7안타, 타율 5할과 함께 1홈런 4타점 3득점 2볼넷으로 맹활약하며 삼성의 시즌 첫 3연전 스윕에 앞장섰다.
스타 선수들의 활약보다 시련을 딛고 재기한 베테랑 선수들의 투혼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 많은 사람이 김헌곤을 향해 이제 한물갔다는 식으로 바라봤지만 김헌곤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나아갔다.
박진만 감독은 김헌곤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본인이 아마 제일 힘들 것이다. 그것을 본인이 또 잘 이겨내서 연패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좋은 흐름과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금수저, 흙수저라는 불공정과 불평등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는 걸 김헌곤이 증명한 셈이다.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고 미소를 되찾은 김헌곤은 “팬들께 너무 죄송했다. 욕도 많이 먹고 그랬다. 엄청 많이 힘들었다. 어쨌든 내가 할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이 닿는 데까지 하다 보니 지금까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통합 4연패의 일원이었던 그는 “제가 왕조 시절 주축은 아니었다. 백업으로나마 경험을 했고 정말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빨리 주축선수가 되어 다시 한번 그런 시기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헌곤은 또 "우리 팀에 너무 좋은 젊은 외야수들이 많이 있다. 제가 어떤 상황에 투입될지 모르지만 젊은 선수들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 투입되든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이었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어떤 상황이든 제 역할을 준비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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