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경기 부진을 딛고 몬스터의 위용을 되찾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모처럼 환한 얼굴로 복귀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8년 170억 원 초대형 계약과 함께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류현진. 그러나 개막 후 3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의 최악 부진으로 에이스의 자존심을 구겼다. 직전 경기였던 5일 고척 키움전에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진 게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최고 구속 148km의 직구(32개) 아래 체인지업(31개), 커브(19개), 커터(12개) 등을 곁들인 아트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득점권 위기는 야수 실책과 폭투가 발생한 6회가 유일했고, 피안타는 5회 김기연에게 맞은 중전안타가 전부였다. 제구의 달인답게 스트라이크(67개)-볼(27개) 비율 또한 완벽했는데 체인지업과 커브의 제구가 예술적이었다.
류현진은 한화의 3-0 승리와 함께 3전4기 끝 감격의 복귀 첫 승을 올렸다.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4216일 만에 KBO리그 통산 99번째 승리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류현진은 “첫 승이 늦은 감이 있다. 사실 많이 늦었다. 그 동안 계속해서 한 이닝에 집중타와 실점이 이어지면서 매 경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그걸 넘겼다”라며 “나로 인해 연패가 시작됐다. 경기 전 호텔 사우나에서 투수코치님을 만나 ‘잘못 시작된 걸 내가 끊겠다’고 했는데 그걸 한 거 같아서 좋다. 한국에 와서 몇 경기 동안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다. 오늘 다르게 던져서 타자들을 잡은 거 같아 만족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고척 경기가 끝난 뒤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류현진은 “그 당일만 조금 충격을 받았고 다음 경기가 있고 초반이기 때문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류현진의 복귀 첫 승 뒤에는 한화 야수진의 명품 호수비가 있었다. 1회 1사 후 1루수 안치홍이 파울 지역에서 허경민의 애매한 뜬공 타구를 다이빙캐치를 통해 잡았고, 3회 1사 후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 또한 김대한의 빗맞은 타구를 다이빙을 통해 잡아냈다.
류현진은 “초반 그런 플레이가 나오면 선발투수 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이 든다. 감사하다. 빠르게 아웃카운트 늘릴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와 반대로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6회 1사 후 페라자가 허경민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잡았다가 놓치는 황당 실책을 범한 것. 류현진은 이후 폭투까지 범해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 처했지만 양의지, 김재환을 연달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솔직히 페라자 실책 때 조금 표정관리가 안 됐다. 상대 중심타선이 나왔고, 조금 더 집중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두 타구 또한 거기로 갔는데 페라자가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우리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은 페라자 빼고 다 좋았다”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평일임에도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류현진은 “진작에 팬들 환호를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오늘의 경우 경기 후가 더 좋았던 거 같다”라며 “요즘 우리 한화 팬들이 매 경기 홈, 원정 할 것 없이 찾아와주셔서 응원을 해주신다. 우리 선수들이 그만큼 집중해서 계속 좋은 경기를 해야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창원 NC 3연전에서 개인 통산 100승에 도전한다. 그는 “매 경기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처럼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100승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난 1회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항상 준비를 똑같이 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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