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을 합한 9회의 드라마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탈출했다.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인끝에 7-4로 승리했다. 김헌곤이 대타 결승타, 오승환이 9회를 막아냈다. 개막 2연승 이후 지겨웠던 8연패(1무)를 끊었다.
연패 탈출 과정이 쉽지 않았다. 선발 이승민이 등판해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도 2회 구자욱의 선제 적시타와 김영웅의 우전적시타로 2-0으로 앞섰다. 그러나 4회말 KIA에게 김태균의 투런포 등으로 3점을 허용하고 역전을 내주었다. 삼성은 곧바로 최하늘을 투입해 필승조를 조기가동했다. 절대 9연패를 당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다시 5회초 공격에서 2사후 KIA 선발 윤영철을 끈질기게 물어늘어졌다. 김영웅이 볼카운트 0-2 불리함을 딛고 볼넷을 얻어냈다. 이날 2군에서 오재일과 맞교대로 올라온 김재혁이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려 균형을 맞췄다. 이어 안주형이 볼넷과 공민규의 밀어내기 사구 등 5연속 출루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KIA도 6회말 김태군의 생애 첫 연타석 솔로포를 앞세워 승부를 4-4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좌완 곽도규를 시작으로 철벽 필승조를 가동했다. 절대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삼성은 장현식을 상대로 7회 2사후 안주형의 좌중간 2루타와 강민호의 볼넷을 얻어냈으나 득점타가 터지지 않았다. 8회도 최지민이 제구가 흔들리며 사사구 3개를 얻었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1승을 거두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6경기 무실점 행진중인 KIA 필승맨 전상현을 공략했다. 선두타자 안주형이 기막힌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하더니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흐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강민호의 2루 땅볼로 1사3루 기회를 잡았다. 공민규가 번트에 실패하자 박진만 감독의 절묘한 수가 나왔다. 곧바로 베테랑 김헌곤을 기용한 것이다.
컨택 능력을 갖췄기에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어내면 득점할 수 있다는 포석으로 보였다. 실제로 김헌곤은 전상현의 5구 슬라이더를 노려쳐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천금같은 2루타를 터트려 기어코 승기를 가져왔다. 물꼬가 트이자 김현준의 적시타와 이성규의 희생타가 이어져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더그아웃에서 간절하게 응원하던 삼성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삼성팬들도 열광했다. 절박한 순간 번트안타와 도루, 베테랑을 기용한 사령탑의 판단과 592일만의 타점으로 응답한 김헌곤. 이어진 추가득점까지 모두가 함께한 1승이었다. 그냥 1승이 아니라 향후 재반등을 기대할 정도로 하나가 된 드라마였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이 연패를 끊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한마음이 된 경기였다. 선수단 모두 칭찬하고 싶다. 초반 연패를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 승리를 계기로 연승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멀리 원정까지 오셔서 선수들을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내일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