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과정이겠죠.”
두산 베어스는 올해 향후 마운드 10년을 이끌어 갈 에이스급 재목을 얻었다.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김택연을 지명하면서 밝은 미래를 꿈꿨다. 지난해 WBSC U-18 야구 월드컵에서 5연투 혹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두산은 김택연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1군 데뷔를 준비했다.
김택연은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기 전,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는데 지난달 18일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A 다저스와의 경기가 최고점이었다.
김택연은 이날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2-4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빅리그 통산 159홈런을 때려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93.7마일(150.8km) 포심패스트볼을 가운데에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이후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제임스 아웃맨도 풀카운트 끝에 92.5마일(148.9km) 포심 패스트볼을 한가운데로 꽂아넣으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러나 개막전인 23일, 김택연은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첫 타자로 현역 최다안타(2429안타)이자 통산 최다안타(2504안타) 기록을 넘보는 손아섭을 맞이했다. 빅리그가 인정한 슈퍼 루키라고 할 지라도 ‘안타 장인’ 손아섭의 벽을 넘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48km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다. 김택연의 힘 있는 직구에 타자들은 그동안 헛스윙으로 일관했지만 손아섭은 달랐다. 손아섭은 이 공을 놓치지 않고 밀어쳐서 좌측 담장 상단을 맞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만들었다.
김택연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뒤이어 등장한 맷 데이비슨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이후 박건우에게는 피치클락 위반 경고까지 받는 등 좌전 안타를 맞았다. 우선 무사 만루에서 김성욱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1사 1,3루에서는 서호철에게 패스트볼 연속 4개를 뿌린 뒤 118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2사 1,3루를 만들었다.
김택연은 지난 4일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영점이 잡히지 않은 듯한 모습.
이승엽 감독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으로 김택연을 지켜보고 있다. 재능 자체를 인정하기 때문에 멘탈적인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의 개막전 첫 등판, 첫 타자가 손아섭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첫 게임에서 손아섭 선수에게 2루타를 맞았다. 시범경기 때는 헛스윙을 했던 공인데 맞아나가니까 조금 당황했던 것 같다”라면서 “아무래도 지금은 영점을 못 잡는다고 봐야할 것 같다. 스트라이크만 편하게 던질 수 있으면 아주 좋은 투수다. 그 부분만 보고 있고 다른 얘기들을 안하고 있다. 투수코치가 스트라이크를 강조하는데, 스트라이크만 던질 수 있으면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점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에 대해 이 감독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아주 쎈 예방주사를 맞았다. 시즌 초반에 이렇게 된 것은 팀적으로나 본인에게나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아직 야구할 날이 많다. 괜찮다”라면서 김택연이 다시 편하게 강속구를 뿌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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