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빠르게 헤어지는 게 맞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 '스포르트 빌트'는 4일(이하 한국시간) "투헬 감독을 둘러싸고 또 다시 짜증이 발생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다시 한번 구단 보드진을 화나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사실상 분데스리가 12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지난 달 31일 도르트문트와 '데어 클라시커'에서 0-2로 완패하며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무려 10년 만에 안방에서 도르트문트에 패한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면서 13점 차로 뒤지게 됐다.
레버쿠젠이 40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7경기에서 13점을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7)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해리 케인과 김민재를 영입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바이에른 뮌헨으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특히 케인은 리그 27경기에서 31골을 몰아치고도 무관 탈출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베테랑 토마스 뮐러는 포기를 선언하진 않았다. 그는 우승 경쟁에 대해 "때가 되면 레버쿠젠에 축하를 보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누구보다 낙심했을 팬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달랐다. 그는 도르트문트전을 마친 뒤 "이제 우승 경쟁은 끝났다. 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라면서 "이번 경기 후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13점 차이? 레버쿠젠에 축하 인사를 보낸다"라고 말하며 폭주했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다지만, 사령탑이 공식적으로 내놓을 말은 절대 아니었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에도 최종전에서 도르트문트를 제치고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게다가 투헬 감독의 충격 발언은 아직 시즌을 더 치러야 하는 선수들 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은 물론이고 슈투트가르트, 도르트문트와 2위 경쟁도 펼쳐야 한다.
구단 보드진도 분노했다. 스포르트 빌트는 "바이에른 뮌헨은 만성적으로 '나쁜 패배자'라는 사실이 DNA에 박혀 있다. 투헬 감독이 상대를 위해 레드카펫을 펼쳐주는 것은 독일의 기록적인 챔피언의 아이덴티티와 반대된다"라며 "그가 모든 카메라 앞에서 레버쿠젠을 추가한 방식은 10년 만에 홈에서 라이벌 팀에 패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을 다시 한번 화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언제나 승자였고, 패자일 때도 순순히 물러나 박수를 보내주는 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매체는 "투헬 감독이 구단 보드진을 짜증나게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1월 안방에서 베르더 브레멘에 패한 후에도 보드진은 율리안 나겔스만 전 감독을 떠올렸다"라며 "과거 나겔스만 감독은 구단 내부적으로 무력감을 호소했지만, 투헬 감독은 공개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구단 측은 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푸스발 트랜스퍼스' 역시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은 완전히 분열됐다"라며 "그는 팀을 떠날 감독이다. 이는 오랫동안 팀과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르트문트와 졸전 이후 그를 즉각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찬반이 팽팽하다. 양측은 분명히 실제로는 여름으로 계획된 결별을 사실상 완료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 사이의 관계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팀에서 '이물질'이 된 것 같다. 레버쿠젠의 우승을 조기에 축하하는 그의 발언도 구단 수뇌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즉각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은 이미 이번 시즌을 바이에른 뮌헨과 이별하기로 확정됐다. 그는 2025년 6월까지 뮌헨과 계약했지만, 계속되는 성적 부진과 선수단 불화설 끝에 예정보다 1년 일찍 동행을 마치기로 했다.
물론 그냥 떠나지는 않는다. 빌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총 1000만 유로(약 146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두둑히 챙길 예정이다. 게다가 단순 경질이 아니라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해지이기 때문에 오는 6월부터 곧바로 다른 팀에 부임할 수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투헬 감독을 즉시 경질하지 않은 이유는 소방수 문제였다. 푸스발 트랜스퍼스는 "바이에른 뮌헨이 선호하는 차기 감독 후보인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대표팀 감독과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은 여름에만 데려올 수 있다. 즉 투헬 감독을 내보내려면 소방수가 필요했다. 소방수를 구하더라도 다음 시즌에도 동행을 이어가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금전적 고민도 있었다. 매체는 "또한 만약 감독 교체가 성공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다면, 엄청난 금액이 발생하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우유부단한 결정은 악수가 됐다. '떠날 사람'인 투헬 감독은 마음을 다잡고 우승에 가까워지기는커녕 감독답지 않은 발언으로 충격만 주고 있다. 게다가 에릭 다이어가 아니라 김민재를 벤치에 앉히고, 기대주 마티스 텔 대신 부진하는 리로이 사네를 고집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용병술로 비판도 받고 있다.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는 물론이고 투헬 감독과 갈등을 빚은 요주아 키미히까지 벌써 이적설에 휩싸이고 있다. 투헬 감독의 충격파가 11년 만의 무관이라는 굴욕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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