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붕괴다.
롯데는 지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지난 2일 간신히 1-0 승리를 거두며 시즌 2승째를 수확했던 롯데는 연승의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롯데가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3회 레이예스의 선제 솔로포와 4회 손호영의 적시 2루타로 앞서갔다. 4회 노시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5회 손호영이 1사 만루에서 다시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4-1로 리드를 잡아갔다.
그러나 5회말 페라자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승부의 균형이 맞춰졌다. 7회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필승조 역할을 해줘야 하던 구승민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앞서 3경기에서 부진했던 구승민에게 롯데 벤치는 다시 한 번 믿음을 줬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불운하게 시작했다. 선두타자 문현빈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내주며 불길한 징조가 보였다. 이후 페라자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무사 1,3루 위기를 만들었고 채은성에게 적시 2루타를 맞으며 4-5로 역전됐다. 그리고 노시환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만든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상수가 무사 만루에서 안치홍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6에서 9회 1점을 추격했지만 동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구승민은 벌써 2패 째를 당했고 올해 구승민은 아직 한 번도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 구단 최초 100홀드를 달성했고 KBO 역대 두 번째로 4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했던, 계산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필승조의 초반 충격적인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구승민이 4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1⅓이닝에 불과하다. 피안타 9개(1피홈런) 볼넷 5개다. 폭투도 3개나 범했다. WHIP(이닝 당 출루 허용)은 무려 10.50에 피안타율은 8할1푼8리다.
불운한 상황들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구승민은 4경기 동안 한 번도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모두 접전의 상황에 등판했고 1이닝은 능히 책임져야 했던 필승조의 부진은 롯데의 경기 후반 구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구승민의 부진으로 롯데는 치고 나가야 할 타이밍에 치고 나가지 못했다. 타선의 침체 속에서 접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접전을 지켜줘야 하는 필승조 구승민의 연쇄 부진은 충격파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구승민이 해줘야 하는 역할은 최준용, 전미르가 대신하고 있다. 최준용은 6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 중이고 전미르도 6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 탈삼진 11개의 특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승민은 이들과 함께 부담을 짊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을 필승조 구상에 빠짐없이 포함되었던 투수다. 그만큼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구승민의 마땅한 대체자도 없고 그에 걸맞는 커리어를 대신한 투수도 없다. 베테랑 김상수가 이제는 구승민보다 비중있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이지만 계산이 흐트러진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전미르의 폭발적인 성장이 구승민의 부진을 상쇄해주고 있지만 이는 예상 밖의 영역이었다. 특급 루키의 담대한 활약이 반가운 것도 사실이지만 구승민의 부진이 더 뼈아프게 와닿는다.
올해 구승민은 KBO 불펜 투수들이 한 번도 닿지 못했던 5년 연속 20홀드, 최초의 역사에 도전하는 시즌이었다.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승민에게 역사적이고 의미있는 시즌의 시작이 너무 충격적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