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바이에른 뮌헨 원정은 치욕이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 바이에른 뮌헨과 '데어 클라시커' 더비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무려 10년 만에 거둔 승리다. 도르트문트가 이 경기 전까지 뮌헨을 상대로 원정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지난 2013-2014시즌 분데스리가 30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도르트문트는 헨릭 미키타리안, 마르코 로이스, 요나스 호프만의 골로 3-0 승리를 맛봤다.
그 뒤로는 뮌헨의 절대적인 강세가 이어졌다. 홈이든 원정이든 가리지 않았고 특히 안방으로 도르트문트를 불러들여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 문제가 생겼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택했고 알폰소 데이비스-다이어-더 리흐트-요주아 키미히가 포백을 세웠다. 골문은 스벤 울라이히가 지켰다.
김민재는 또 벤치에서 출발했다.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구성한 뮌헨의 수비진은 발 빠른 도르트문트 공격진에 수비 뒷공간을 공략당했고 공격진은 마츠 훔멜스-니코 슐로터벡으로 구성된 도르트문트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는 10분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역습 상황에서 니클라스 퓔크루크에게 공을 건네받은 율리안 브란트는 전방으로 쇄도하는 카림 아데예미를 향해 패스를 밀어줬고 더 리흐트와 속도 경합을 펼친 아데예미는 그대로 질주해 슈팅까지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올린 도르트문트는 후반 38분 율리안 뤼에르손의 추가 골로 격차를 벌렸고 경기는 도르트문트의 2-0 승리로 매조지었다.
졸전에 이은 10년 만의 홈 경기 패배에 수천 명의 뮌헨 팬들은 일찍 자리를 떠나 귀가길에 오르기도 했다.
독일 '빌트'에 따르면 토마스 투헬(51) 감독은 "분명하다. 당연하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라며 리그 우승 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뮌헨은 아직 7경기를 남겨뒀다. 레버쿠젠의 우승이 유력해보이긴 하지만, 뮌헨의 추격 가능성이 아예 0%가 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투헬은 추격을 포기해버렸다.
보도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이번 경기 후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13점 차이? 레버쿠젠에 축하 인사를 보낸다!"라며 전의를 상실할 모습을 보였다.
빌트는 양 팀 선수들의 평점을 공개했다. 김민재 대신 선발로 나선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나란히 4점을 받았다. 독일 매체는 일반적으로 선수 평점을 1~6 사이로 부여한다. 1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다. 4점은 낙제점이다.
반면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양쪽 윙백으로 나선 이안 마트센과 뤼에르손은 나란히 2점을 받았고 센터백 슐로터벡과 훔멜스는 각각 2점, 1점을 받았다. 특히 훔멜스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을 보였다고 평가받았다.
31일 독일 '루어 나흐리히텐'은 슐로터벡과 훔멜스의 인터뷰를 전했다. 자포자기에 가까운 인터뷰를 보여준 투헬 감독의 인터뷰와는 정반대였다.
최고의 활약으로 찬사받은 훔멜스는 "우린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상대가 우릴 위협하지 못하게 막았다. 뮌헨이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우린 지난 몇 년간 보여왔던 것보다 더 잘싸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내 활약에만 집중하지 말아달라. 우린 이번 경기 팀으로 정말 잘 싸웠다고 기록돼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뮌헨 원정은 치욕이었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한이 서린 이야기다. 우리가 이를 잘 극복한다면, 최고 수준의 팀들과도 겨룰 수 있다"라고 전했다.
슐로터벡은 "수비진 전원을 칭찬하고 싶다. 엠레 잔이 포백 앞에서 잘 싸워줬고 훔멜스와 난 공이 흘러나오면 안전하게 처리했다. 골키퍼 마이어의 선방은 믿을 수 없었다"라고 선수단 전체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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