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주연이 아닌 조연이다. 그래도 박혜진(34, 우리은행)의 저력은 살아있었다.
아산 우리은행은 3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78-72로 제압했다. 우리은행은 3승 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챔프전 2연패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구단 통산 12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24점을 쏟아낸 김단비는 개인통산 두 번째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2년 연속 수상이다. 박지현도 25점을 보탰다.
이날 우리은행에서 결정적 활약을 한 선수는 더 있다. 바로 리더 박혜진이다. 그는 4쿼터 승부를 가르는 쐐기 3점슛을 포함해 14점, 8리바운드로 돋보였다. 특히 모든 득점이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는 시점에서 나와 아주 중요했다.
경기 후 박혜진은 MVP 김단비, 막내 박지현과 함께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통산 챔프전 MVP 3회에 빛나는 박혜진이지만 더 이상 팀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박혜진은 “제가 (시즌) 시작을 함께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웃고 끝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웃으며 마무리해서 너무 좋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면서 웃었다.
비시즌 건강에 이상이 온 박혜진은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은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믿고 기다려준 위성우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이 올 시즌 못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너무 안 좋았다. 시즌 들어가면서 플레이오프 정도에 뛰면 어떨까 했다. 박혜진이 다치면서 내가 너무 조급했다고 생각했다. 혜진이가 너무 몸이 안 좋았다. 정말 썩어도 준치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헛되이 운동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우승보다 기뻤다”며 제자를 감쌌다.
결정적 3점슛에 대해 박혜진은 “오늘 슛감이 별로였다.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다른 것을 하다 흐름이 올 때 쏘려고 했다 .후반에 지현이가 준 패스 타이밍이 맞아서 3점슛이 들어갔다. 백보드 맞고 들어갈 거라 생각 못했다”며 기뻐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 왕조의 마지막 주역이다. 당시만 해도 만년꼴찌였던 우리은행이 이제는 왕조가 됐다. 당시 막내였던 박혜진이 어느덧 최고참이 됐다. 박혜진은 “물론 우승은 하면 할수록 좋다. 전력상 우리가 우승한다고 예상 못했는데 뒤집고 우승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믿을 수 없는 우승이다.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고 감격했다.
춘천시절을 거쳐 아산까지 수많은 우승을 했지만 홈에서는 처음이다. 박혜진은 “진짜 홈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다. 항상 1위팀이라 원정에서 우승했다. 팬들과 우리 홈에서 즐기면서 우승해서 너무 좋다. 그래서 5차전까지 가기 싫었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