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월드클래스' 손흥민(32, 토트넘)의 수준이다. 태국 팬들이 뼈저리게 절감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한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이재성의 결승골과 손흥민, 박진섭의 추가골이 터져 홈팀 태국을 3-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3차전 서울에서 1-1 무승부의 굴욕을 되갚았다. 3승 1무의 한국은 조 선두를 지켰다.
이강인이 드디어 선발로 출격해 손흥민과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조규성 원톱에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의 중원이었다. 백승호, 황인범이 허리를 맡고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의 포백에 골키퍼는 조현우였다.
태국 수비수 2-3명이 항상 손흥민을 따라다니며 밀착마크했다. 손흥민이 공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좌측 윙으로 나선 손흥민은 롱패스가 뜨는 결정적인 순간에 중앙의 빈공간으로 돌진해 기회를 포착했다. 비록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손흥민의 움직임은 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손흥민이다. 한국의 베스트11이 소개될 때 손흥민이 등장하자 여성 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태국 남성팬들은 심기가 불편했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태국에서 손흥민은 철저한 악역이었다. 5만 관중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우~~~” 하면서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큰 효과는 없었다.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 첼시, 아스날 등 빅클럽들과 매주 경기하는 손흥민에게 태국 팬들의 야유는 큰 효과가 없었다.
전반 13분 손흥민이 역습상황에서 공을 잡아 슈팅까지 때렸다. 슈팅은 각도를 좁힌 수비수의 태클에 걸렸다. 손흥민이 재차 공을 잡아 슛을 노렸지만 또 다른 수비수에게 막혔다. 손흥민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태국축구협회는 손흥민이 뛰는 한국을 맞아 26년 만에 잔디까지 전면 교체했다. 월드클래스인 그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태국 팬들이 손흥민의 뛰어난 플레이를 감상하길 원하지만 경기는 태국이 이기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결국 손흥민이 해냈다. 후반 9분 손흥민이 개인기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슛을 때렸다.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400명의 한국응원단이 일제히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한국이 태국을 접수한 순간이었다.
5만명 가까운 태국응원단은 망연자실하며 그대로 얼음이 되고 말았다.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이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그야말로 태국을 좌절시킨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수준이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