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유망주 여준석(22, 곤자가대)이 미국최고 명문대를 꺾는데 일조하며 역사책에 이름을 남겼다.
여준석이 속한 곤자가대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의 델타 센터에서 개최된 ‘2024 NCAA 토너먼트 2라운드 32강전’에서 4번 시드 캔자스대에 89-68로 역전승을 거뒀다. 곤자가는 16강(Sweet Sixteen)에 안착했다.
곤자가는 전반을 43-44로 뒤졌지만 후반전 46-24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2022년 NCAA 토너먼트 우승팀 캔자스는 4학년 주전가드 케빈 맥컬러 주니어가 부상으로 빠지는 등 악재 속에 덜미를 잡혔다.
한국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NCAA에서 뛰고 있는 여준석은 종료 1분을 남기고 전격 투입됐다. 그는 종료 41초전 점프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여준석은 1분간 뛰면서 야투 하나를 넣어 2점을 기록했다.
비록 한 골에 불과하지만 한국농구 역사에서는 엄청난 의미가 담긴 큰 득점이었다. 한국남자선수 중 NCAA 토너먼트 2라운드에서 득점에 성공한 것은 여준석이 사상최초다.
한국농구 최초 NCAA 토너먼트 득점은 '레전드' 옥은정
한국인 최초로 NCAA 디비전1에서 활약한 선수는 옥은정(61) 씨다. 1981년 당시 이은정이라는 이름으로 숭의여고를 졸업한 그는 당시로는 흔치 않았던 미국유학을 결심했다. 1982년 미국 루이지애나 먼로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한국최초의 NCAA 디비전1 선수가 돼 소속팀의 주전가드로 4년간 활약했다.
옥은정은 화려한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노룩패스 등 당시 남자선수에게도 보기 힘들었던 고급기술을 구사했다. 그는 매직 존슨의 본명 어빈 존슨과 같은 E.J.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옥은정은 신입생이었던 1982-83시즌 팀을 23승 6패로 이끌면서 한국선수 최초로 NCAA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다.
3학년이었던 1984-1985시즌은 그야말로 레전드였다. 옥은정은 시즌평균 18.9점, 8.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워혹스를 30승 2패, 전미랭킹 2위로 이끌었다.
옥은정은 NCAA 토너먼트에서 팀을 파이널포(4강)로 이끌어 전설을 쓴다. 그는 전미최고의 농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네이스미스 어워드의 최종후보까지 올랐다. 1991년 옥은정은 루이지애나주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옥은정은 최근까지도 모교의 코치로 활동했다.
대학 4년간 옥은정은 경기당 18.9점, 8.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소속팀을 컨퍼런스 챔피언 3회에 올렸다. 대학통산 기록은 102승 15패다. 루이지애나-먼로 대학의 유일한 파이널포 기록도 옥은정 시대에 달성했다.
'선구자' 최진수가 NCAA에 남긴 발자취
남자선수 최초 NCAA 토너먼트 진출은 ‘선구자’ 최진수(35, 현대모비스)다. 삼일중시절 일찌감치 국내에 적수가 없었던 최진수는 과감하게 미국유학을 선택했다. 그는 미국에서 농구명문인 몬트클레어와 사우스켄트에서 활약했다. 당시 최진수의 고교시절 동료가 NBA에서 뛰는 아이재아 토마스였다.
최진수의 미국농구유학은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미국고교무대서 뛰는 동양인 선수 최진수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노우에가 직접 일본농구선수 미국유학 장학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했다. 이후 꾸준히 미국무대를 노크한 일본은 결국 하치무라 루이(워싱턴), 와타나베 유타(토론토) 같은 NBA 선수를 2명이나 배출했다.
올해 토너먼트에서 일본선수 토미나가 게이세이(23, 네브라스카)가 1라운드에서 21점을 퍼부었지만 소속팀 네브라스카가 텍사스공대에 83-98로 패해 탈락했다.
한국남자선수 최초의 NCAA 토너먼트 진출도 최진수다. 2008-09시즌 ACC 소속이었던 매릴랜드는 21승 14패의 성적으로 NCAA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라운드에서 캘리포니아를 84-71로 이긴 매릴랜드는 2라운드서 2008년 준우승팀 멤피스에게 70-89로 패해 탈락했다.
최진수는 1라운드에 선수명단에 있었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 패배가 확정되기 직전 개리 윌리엄스 감독의 배려로 최진수가 마지막 3분을 뛰었다. 최진수는 3분간 뛰면서 파울 한 개만 기록했다.
이현중의 NBA 도전은 계속된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이현중이 NCAA 토너먼트를 밟았다. 데이비슨의 에이스였던 이현중은 1라운드에서 명문 미시건주립대와 만났다. 명장 탐 이조 감독이 이끄는 스파르탄스는 매직 존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을 배출한 명문이다.
이현중은 35분을 뛰면서 11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2실책을 기록했다. 전반전 부진했던 이현중은 막판 추격의 3점슛을 터트리는 등 뒤늦게 몸이 풀렸다. 비록 패했지만 이현중은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NCAA 토너먼트에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3점슛까지 달성했다.
NBA 드래프트를 앞두고 불의의 발등부상을 입은 이현중은 결국 지명에 실패했다. 오후 NBA 서머리그와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를 거친 이현중은 호주프로농구(NBL) 일라와라 호크스에 입단했다. 시즌 중반까지 후보였던 이현중은 주전으로 도약하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했다.
이현중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지난 19일 일본프로농구 B리그 오사카 에베사에 입단했다. 첫 경기부터 24점을 폭발시킨 그는 일본에서도 단숨에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현중은 앞으로 5월초까지 일본에서 시즌을 마친 뒤 다시 한 번 NBA 서머리그에 도전할 계획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