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봉한 한국영화 ‘파묘’가 올해 첫 번째 천만작으로 등극하게 됐다.
2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파묘’는 어제(22일)까지 누적 관객수 969만 9897명을 모았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3월 22일까지 30일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파묘’가 24일(일) 오전에서 정오 사이에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지난달 20일 열린 ‘파묘’의 언론배급시사회부터 전반적으로 영화를 향한 호평이 터졌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 바.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천만 관객을 모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형 오컬트 ‘파묘’는 항일영화라는 일정한 틀에 가둘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의식을 강조하며 미스터리 공포물의 장르적 재미까지 챙겨 다양한 해석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장재현 감독의 세계관을 확장한 풍성한 영화다.
초반에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다가, 중후반부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인과 우리 땅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쇠말뚝 박기’를 자행했다는 사연까지 드러내기 위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파고 들어갔다.
초반에는 인간이 힘쓸 수 없는 불가항력 속에 친일파 악귀가 등장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후반부에는 ‘겁나 험한 것’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수사물의 향기를 내뿜었다.
일각에서는 “오컬트물에서 왜 역사 크리처가 나오냐”며 이상한 방향으로 파고들었다고 비평한 바. 한이 서린 친일파 귀신의 사연만 풀어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흥미를 더 자극한 것이다.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당들이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의미다.
표피는 오컬트를 표방하며 무속신앙, 음양오행, 풍수지리로 신비한 영역을 다뤘지만 상덕(최민식 분), 화림(김고은 분), 영근(유해진 분), 봉길(이도현 분)의 존재감을 점차 부각하며 극의 중심은 귀신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후반부는 전반부와 비교해 맥 빠지는 맥거핀은 아니었다. 전반전은 네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셈이다. 결국 네 사람은 전문 구조인력의 도움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래 갖고 있었던 직업적 전문 지식을 적절히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직업이 특별했을 뿐이지, 어떻게 보면 ‘파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직업윤리를 강조한 일종의 도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묘’는 관람할수록 자꾸 새로운 게 눈에 들고 호기심을 자극해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유도했다. 갈수록 극장 흥행이 어려워지는 형국에 새로운 극장 문화를 창조한 ‘파묘’는 결국 올해 첫 번째 천만영화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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