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월드’ 차은우가 성묘한 풍양 조씨 묘의 주인은 누구?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3.21 12: 48

[OSEN=김재동 객원기자] “선율아, 너 누구니?”
지난 17일 방송된 MBC 금토극 ‘원더풀 월드’ 6회의 엔딩에서 은수현(김남주 분)은 제 속의 의문을 독백했다.
그에 앞선 장면에서 권선율(차은우 분)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김은민(강명주 분)의 손을 잡아 볼에 비비며 “엄마!‘라 다정하게 불렀다.

6회 이전까지 권선율은 2003년 장형자(강애심 분)의 양평 펜션 방화로 일가족을 잃었던 8살 유일한 생존자로 그려졌었다. 하지만 6회에 와서 김은민을 엄마라고 부름으로써 은수현이 살해한 권지웅(오만석 분)의 아들이란 신분을 드러냈다.
시청자까지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한 권선율은 과연 누굴까?
권선율과 은수현의 첫 만남은 공원묘지에서였다. 은수현이 죽은 아들 강건우(이준 분)의 묘를 쓰다듬을 당시 권선율이 술잔을 뿌린 묘의 주인은 풍양 조씨였다. 선율은 그 묘비에 기대 한동안 시간을 죽였었다. 의례적이지 않은, 친밀함이 전해졌다.
심리상담사가 확인해준 2003년 화재 피해 아동 이름은 권선율이었다. 그 이름을 가지고 은수현은 선율을 만나 장형자의 참회록을 전해줄 수 있었다.
당시 선율은 분개했었다. “사과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나? 나 죽을 때까지 그 사람 모르고 살고 싶었어. 지금 당신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피해자 다운 격분이었고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여실히 드러났었다.
그리고 수현에게 전달된 강수호의 불륜 사진. 스토커로 등장한 인물이 권민혁(임지섭 분)이다. 권민혁은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수호와 수현의 재회장면에서도 그늘 속에 나타났었다. 그가 찾아든 낡은 건물엔 필름 현상시설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벽면엔 은수현을 중심으로 강태호(진건우 분), 한유리(임세미 분), 윤혜금(차수연 분), 정명희(길혜연 분) 등 주변 인물들의 사진과 특히 장형자의 경우는 교도소 사진까지 붙어있었다.
물론 불륜 사진을 봉한 장면 다음에 문을 나선 권민혁의 수중에 그 봉투가 보이지 않아 사진을 현상한 인물과 스토킹한 권민혁이 동일인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정황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수현모 오고은(원미경 분)이 받은 강수호의 불륜 사진 뒷면엔 한 매체의 기사, 김은민 교통사고 관련 기사 URL이 적혀있었고 수현은 그를 추적해 김은민이 자신의 손에 죽은 권지웅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어쨌거나 권민혁과 권선율은 피차 모르는 사이였다. 권선율은 성 안드레아 보육원을 찾고서야 권민혁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서류상 권민혁의 보육원 입소일은 2001년(?) 혹은 2003(?)년 4월 10일이었다.
선율은 단속 나온 도박장에서 탈출하다 중상을 입은 민혁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같은 병원 김은민의 병실을 찾았다가 은수현이 보는 앞에서 쇼크가 온 김은민에게 CPR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에 대해 “그 환자분 아들도 거기 있었어요. 나 같아서. 엄마까지 잃으면 안될 것 같아서.”라 해명했었다.
권선율의 정체에 대한 또 하나의 단서는 홍수진(양혜지 분) 입에서 나온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러닝머신을 뛰는 선율을 만류하며 “그 심장이 어떤 심장인데. 우리 둘 다 심장 아파서 입원했을 때 너 없었으면 못 버텼어”라고 말해 두 사람 모두 심장이 정상이 아님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선율은 “나 어제 거기서 그 여자(은수현) 만났다. 궁금하지 않냐? 그 아들을 만나면 어떤 표정일지?”라고 남 얘기 하듯 말을 던졌다.
한편 은수현은 화해한 강수호와 철판요리집을 찾았다가 화려한 불쇼를 보며 그동안 의식 못했던 의문을 떠올린다. 심리상담사는 양평화재사건 당시 생존 아동은 처음부터 경계가 심했고 불공포증이 있었으며 본인 거부로 치료를 마치지 못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선율은 스스럼없이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당시 아이는 왼쪽 어깨에 3도 화상을 입어 영구적 흉터와 장애가 예상된다는 기사와 달리 우연히 목격한 선율의 어깨에는 어떠한 화상 흔적도 없었다.
분명 심리상담사는 양평 방화현장의 생존자라며 권선율이란 이름을 은수현에게 전달했었다. 하지만 선율의 어깨엔 화상 흔적도 없었고 선율 스스로 김은민을 엄마라 불렀다. 만약 권지웅과 성이 같은 권선율이 그 아들이 분명하다면 어떻게 장형자 방화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을까?
방화 사건 당시 기사는 “치료는 피부이식, 레이저 치료 등으로 그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보호자인 조모가 제공한 치료비 영수증엔 입원 15일 만에 3000만 원을 넘겼다고 한다...약 5개월 동안 입원이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등으로 생존 아동의 상황을 전했다.
심리 상담은 5개월 입원 이후에 진행됐기 십상이다. 만약 그 기간에 아이가 바뀌었다면? 상담사는 피해 아동이 처음부터 경계가 심했고 본인 거부로 치료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권선율은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아버지 권지웅은 전 서울시장이자 정권실세 김준(박혁권 분)이 ’내 배에 탄 사람‘이라 부를 만큼 측근이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다. 막대한 치료비를 엄두 못내는 조씨 친인척 보호자가 치료를 중단할만 하다. 그래서 결국 아이가 사망하고 그 아이의 심장이 선율에게 갔다면?
김준의 권력과 권지웅의 금력으로 아이를 바꿔치기했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거부한 것은 아닐까? 선율이 술을 뿌린 조씨 무덤의 주인공은 선율에게 심장을 주고 떠난 그 아이였던 것은 아닐까? 장형자 참회록에 대한 선율의 분노는 부모 잃고 결국 본인도 세상을 떠야 했던 그 아이를 대신한 대리 분노는 아녔을까? 그리고 당시의 빚이 남아 선율은 결국 김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족으로 권민혁을 병원으로 옮긴 권선율이 ‘레프트 플랑크에 라세레이션 운드가 있다’ ‘스플린 인저리도 의심된다’는 등 유창하게 의학 용어를 구사한 것도 전력을 의심케한다. 간호사가 “가족이세요?” 물었을 때 “네”라 답한 대목도.
그런 상상을 해보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궁금증도 있다. 사진 송달범과 동일인이라는 가정하에 수현을 스토킹하며 불행해지길 강요하는 권민혁은 누굴까?
시놉에선 권민혁을 ‘인생 막장을 살고 있는 남자.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아 간 사람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하다.’라고만 설명돼 있다. 2001년(?) 혹은 2003(?)년부터 보육원 생활을 했으니 장형자라면 몰라도 은수현과의 접점은 없다.
권선율은 은수현에게 도박중독자 정도로만 알고 있는 권민혁을 김은민의 아들이라 소개했다. 홍수진에게는 그 여자가 그 아들을 만나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지 않냐고 심상하게 묻기도 했다. 그건 무슨 의도일까? 그리고 도박중독자가 동시에 스토커일 수 있을까?
강수호와 전직 형사 한상(성지루 분)은 강수호 불륜 사진 송달범의 배후로 김준을 의심한다. 그렇다면 권민혁 역시 김준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중반에 접어든 ‘원더풀 월드’가 미스테리 떡밥을 줄줄이 풀어내며 흥미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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