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이른바 '탁구 사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친다.
대표팀은 경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강인을 포함해 23인 완전체로 소화하는 첫 번째 훈련이다. 이강인은 전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느라 19일 진행된 비공개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주장 손흥민과 충돌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심경을 밝혔다. 미소 지으며 나타난 이강인은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먼저 이렇게 기회를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문제의 2023 아시안컵 이야기도 꺼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강인은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강인은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는 기간이다.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제게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기간인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뒤 이강인은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또한 그간 갖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한 차례 웃은 뒤 코치와 함께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이른바 '탁구 사건'에 관한 사과였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대회 도중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는 영국 '더 선'이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매체는 "대한민국 선수단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활용되는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PSG 소속 이강인도 손흥민이 불만을 제기한 '젊은 선수' 중 하나였다"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 실제로 그는 요르단전부터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테이프를 두르고 나왔고, 아직까지 회복 중이다. 놀랍게도 대한축구협회(KFA)가 빠르게 이를 사실이라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여기에 이강인이 이전부터 대표팀 고참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다행히 문제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직접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는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지난달 이강인과 나란히 서서 밝게 웃는 사진을 올리며 "나도 어릴 적에는 많은 실수를 했다. 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나를 포함한 대표팀 선배와 주장 모두가 더 좋은 사람,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살펴 주겠다"라며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도 이강인과 손흥민을 둘 다 발탁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는 "두 선수(이강인, 손흥민)와 직접 소통했다"라며 "이강인은 축구팬 여러분들과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싶어 한다. 손흥민도 선수를 보듬고 화합해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선발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런 일이 두 선수만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모든 팀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반문하며 "짧은 기간이라도 잘 풀어볼 생각이다. 여러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여러 상황에서 말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부분은 가이드라인을 정해 정리를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당사자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직접 입을 열면서 사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강인 선수가 영국까지 날아와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줬다. 누군가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를 보여줘서 한 팀원으로서 뿌듯하다"라며 감싸안았다.
또한 손흥민은 "모두가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 많이 배운다. 강인 선수도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더 단단해지고,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이강인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강인이 어제 선수들과 진솔하게 얘기를 했다. 형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했다. 형들이 따로 불러서 얘기도 나눴다. 친구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라며 "이번 인터뷰는 이강인 자의로 진행됐다. 본인이 스스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 역시 "어제도 선수들과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강인이가 모든 선수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뭘 잘못했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도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라며 "강인 선수가 사과하는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에 잘 받아줬나 싶지 않다.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생긴 것 같다. 걱정만큼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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