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영화 ‘댓글부대’의 대사 중 일부다.
영화 초중반까지 웃으면서 봤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게 됐다. 물론 영화라는 종합매체상 허구적 상상도 넣었겠지만, 그럼에도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은 사실처럼 꾸며져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날렵하게 풀어내서다.
특히 기자가 취재를 해서 기사로 내는 일과 그것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기사와 찌라시를 날조하는 네티즌들, 그것을 막기 위한 어떤 집단의 보이지 않는 손이 꽤나 사실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 좋게 웃을 수만은 없다. 통쾌한 엔딩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결말이 다소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새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제공배급 KC벤처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적순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직업이 기자라면 기자의 입장에서, 마케터라면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일명 ‘팀알렙’의 시선에서, 그리고 기사창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새 글을 즐겨보는 네티즌이라면 영화 ‘댓글부대’를 관람하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다. 각각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볼 때마다 다가오는 의미도 다를 터다.
영화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이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대기업 ‘만전’의 비리 의혹을 제보받으며 시작한다. 기자로서 날카로운 촉을 가진 상진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특종을 내지만 완전한 오보로 판명돼 정직된다. 그러고나서 1년 넘게 복직되지 못한 상진은 “만전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다”는 한 제보자의 연락을 받으며 기자로서의 반전을 기대한다.
한편 일명 ‘팀알렙’의 리더 ‘찡뻤킹’(김성철 분)과 스토리 작가 ‘찻탓캇’(김동휘 분), 온라인 여론 조작의 선두주자 ‘팹택’(홍경 분)은 SNS 유저들의 관심 유도를 통한 광고로 짭짤한 수익을 얻게 되고 이에 큰 재미를 느낀다. 범법이 될 수 있음에도 악플과 선플을 반복하며,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 판을 키운 이들은 점차 자신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후 찻탓캇이 임상진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 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팀알렙 세 사람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며 흘러간다.
임상진이 알게 되는 팀알렙의 비밀은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스터리가 관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댓글부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영향받게 되는 현실을 담아내 공감대를 형성했다. 영화를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사실과 날조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 생기는 파열음을 관객들과 공유하며, 사실 왜곡과 허위 사실을 통해 존재할지도 모를 사이버 여론 조작단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연출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를 통해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각본상을 수상한 안국진 감독이 맡아 9년 만에 복귀했다.
‘댓글부대’는 3월 27일 극장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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