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km→148km.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3)이 1년 만에 스피드와 구위를 완벽하게 찾았다. 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SOL bank KB0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1볼넷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은 5개의 홈런을 앞세워 10-3 대승을 거두었다.
이범호 신임 감독도 공식경기 첫 날부터 웃었다. 7점차로 여유있게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첫 첫타자 박영빈을 상대로 5구 연속 직구를 뿌렸다. 2구째는 148km를 찍었고 4구 147km짜리로 헛스윙을 이끌었다. 마지막 5구도 직구를 던졌고 방망이가 먹히며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3번 박건우를 상대로는 초구 148km를 힘차게 뿌렸고 파울이 되었다. 슬라이더 3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김수윤을 4구 연속 직구를 구사해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고 최정원도 직구를 던져 중견수 뜬으로 유도하고 경기를 마쳤다. 모두 직구의 힘에 방망이가 밀렸다.
이미 스프링캠프 오키나와 실전에서 확실한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 첫 등판에서 평균구속 144km짜리 볼을 싱싱하게 뿌렸다. 입단 이후 스프링캠프 실전 스피드는 135~138km를 찍었는데 확실히 볼끝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볼이 좋았다. 심재학 단장도 "측정결과 회전력도 좋아진데다 회전 방향도 횡에서 종으로 되찾았다"는 진단을 했다.
캠프 막판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며 더 이상 실전은 없었다. 대신 시범경기 첫 날 등판해 더욱 빨라진 구위를 시전했다. 작년 시범경기에 비하면 환골탈태였다. 전력분석팀의 자료에 따르면 2023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최저 136km, 최고구속 139km를 기록했다. 슬라이더도 126~129km를 던졌다. 이날 슬라이더 스피드도 최고 133km까지 찍었다.
작년 캠프부터 구속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근심을 안겨주었다. 애리조나 캠프의 이상저온 현상이 이어지며 제대로 웜업을 못했다. 오키나와 2차 캠프로 이동했어도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시범경기 최고스피드도 140km였다. 이런 추세는 개막 이후에도 이어져 5월 말까지 부진이 이어졌고 2군에 내려가 한 달간의 조정기간도 갖기도 했다.
다시 마무리로 복귀해 뒷문을 지키며 시즌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자존심을 지켰지만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이 1.48, 피안타율 2할7푼7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복귀 이후에도 스피드가 확실하게 오르지 않았다. 특유의 배짱과 볼끝으로 버텨냈다. 염원했던 3년 연속 30세이브는 이루지 못했다.
시즌을 마치고 본격적인 스피드 복구에 나섰다. 12월 미국 시애틀에 건너가 드라이브인 베이스볼센터에서 정밀 동작분석을 통해 진단을 받았고 새로운 훈련기법도 익혔다. 잔동작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볼에 힘을 싣는 투구법도 생겼다. 오른 팔의 동작이 보다 간결해지고 빨라졌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을 착실하게 소화했고 그 결과 스피드와 구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무리 투수가 스피드와 구위를 되찾으면서 KIA 마운드는 완전체를 예고하고 있다.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5선발진이 확실하다. 불펜도 임기영 최지민 이준영 장현식 전상현의 필승조가 건재하고 박준표도 재기 가능성을 높였고 좌완 곽도규와 신인 김민주까지 힘을 보태며 두터워졌다. 여기에 마무리 회복은 화룡점정이다. 개인적으로 최연소 100세이브는 물론 세 번째 30세이브 희망도 낳았다. 우승을 노리는 KIA에 대단히 유의미한 호재가 등장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