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후 사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사비 에르난데스(44) 바르셀로나 감독.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탈락하면 구단도 기다리지 않을 태세다.
사비 감독은 지난 1월 28일 비야레알과 라리가 22라운드 경기서 3-5로 패해한 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에 머물지 않겠다. 6월 30일 팀을 떠날 것"이라며 "구단 수뇌부와 논의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사임 예고를 발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한 성골 전설이다. 선수 시절 8차례 라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4차례 차지했다. 바르셀로나서만 767경기를 뛰며 85골 185도움을 기록한 사비는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2019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사비 감독은 카타르 클럽인 알 사드를 2020-2021시즌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21년 겨울 로날드 쿠만 감독 후임으로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이어 받았다.
빠르게 팀 전력을 정비한 사비 감독은 지난 시즌 우여곡절 끝에 라리가 우승을 바르셀로나에 안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비 감독은 전술과 선수 기용에 대한 비판 속에,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무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비 감독이 말한 대로 시즌 후 바르셀로나와 결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바르셀로나 수뇌부가 사비 감독의 사임 결정을 철회하도록 설득하기도 했으나 지난 4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0-0으로 비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틱 빌바오와 득점 없이 비기면서 3위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승점 1점을 보태 승점 58이 됐지만 2위 지로나(승점 59)에 여전히 1점 차로 밀린 모습이다. 선두 레알 마드리드(승점 66)와는 8점 차.
이제 바르셀로나는 오는 9일 마요르카와 리그 경기 후 나폴리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갖는다. 홈경기인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원정이던 1차전에서 나폴리와 1-1로 비긴 바르셀로나다.
스페인 '디아리오 아스'의 하비 미구엘은 만약 바르셀로나가 나폴리에 패할 경우 사비 감독이 이번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경질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나폴리전에 패하면 챔피언스리그 탈락을 물론 이번 시즌을 트로피 없이 끝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클럽 전설이라 해도 성적 앞에서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덧붙여 바르셀로나가 다가올 여름 이적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선별 작업을 미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시즌 누가 남고 떠날지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비 감독이 나폴리전을 통해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