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모른다".
KIA 타이거즈가 5일 오키나와 훈련을 끝으로 스프링캠프를 마감한다. 캠프 막판 호재 하나가 떠올랐다. KBO리그에서 유일무일한 200안타를 기록한 서건창이 연습경기에서 날카로운 스윙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3일 롯데전 3안타, 4일 KT전 2안타까지 5연타석 안타행진이었다.
캠프 연습경기라 투수들의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200안타를 터트린 주인공이라는 점이 희망을 주고 있다. 밀어치고 당겨치는 특유의 스윙을 되찾았다. 물론 시범경기에서 더 보여주어야하지만 일단 개막전 엔트리에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건창은 2020시즌을 마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 LG로 이적(트레이드)했고 600타석을 소화하며 2할5푼3리를 기록했다. 2022시즌은 77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3시즌은 44경기 126타석 출전에 불과했다. 2루자리는 없어졌고 우승을 했지만 기여도가 낮았다. 결국 방출되어 팀을 떠났다.
고향팀 KIA를 선택해 재기에 나섰다. 35살의 나이에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선후배들의 따뜻한 도움을 받으며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이범호 감독은 편하고 자유롭게 야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훈련을 하면서 "다시 재미있고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얼굴도 밝아졌다는 소리도 들었다.
서건창의 5연타석 안타는 팀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백업전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동시에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시즌은 길고 변수도 많다. 꼭 주전으로 뛰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야구는 모른다. 팀에 필요하면 어느 위치든 나갈 수 있다. 내 거 준비하고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주전경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였다.
입단할 당시 서건창의 임무는 대타이자 내야 2루수와 1루수 백업요원이었다. 2루수 김선빈, 1루수 이우성이 주전이다. 경기 후반에 대타로 나서기도 하고 대수비로 빈자리를 메우는 노릇이다. 200안타의 자존심 보다는 이것이 현실이니 받아들였고 묵묵히 거기에 맞게 준비를 했고 5연타석 안타로 희망을 안겼다.
계속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준다면 활용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1루수와 2루수가 부진하거나 이탈한다면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괴력의 스윙으로 눈길을 모은 21살 윤도현도 내야진의 새 카드로 가세했다. 서건창까지 재기 조짐을 보여 내야진에 묘한 경쟁감이 조성되고 있다. 기존 주전들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효과도 분명해 보이다. 그래서 더욱 서건창 효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