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의 자체 청백전. 돌아온 류현진(37)과 제2의 류현진으로 불리는 문동주(21)의 세기의 맞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90억 캡틴’ 채은성(34)은 왜 문동주와 같은 팀이 되고 싶다고 했을까.
한화 최원호 감독은 오는 9일 시범경기 개막에 앞서 7일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리고 청팀과 백팀의 선발투수로 류현진과 문동주를 예고, 한화의 영원한 에이스와 차세대 에이스 간의 꿈의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23일 친정 한화와 8년 총액 170억 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이는 종전 KBO리그 다년계약 최고액이었던 두산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을 경신한 역대 국내 최고 대우였다.
동산고를 나온 류현진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해부터 30경기(201⅔이닝)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의 압도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했고, 리그 최초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2012년까지 7년 동안 한화에서만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186경기(1055⅓이닝)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9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로 호투하며 생애 첫 올스타,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문동주는 2년 전 혜성 같이 등장해 포스트 류현진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우완 파이어볼러다. 진흥고를 나와 2022년 한화 1차 지명된 그는 첫해 13경기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의 시행착오를 거쳐 2년차 시즌 한국 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가 될 자질을 뽐냈다. 23경기 118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호투를 펼쳤고, 시즌 종료 후 개최된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문동주의 존재감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빛났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어린 대표팀의 에이스를 맡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끌었다. 문동주는 2주 뒤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변수가 없는 한 최종 엔트리 승선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자체 청백전 선발투수로 류현진과 문동주를 택한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 4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최원호 감독은 “스케줄 짜다보니 이렇게 됐다. 오늘(4일) 같이 이동일이 있고, 내일(5일)은 휴식일이다. 문동주도 공을 던져야하고, 류현진은 이미 경기가 잡혔다. 이렇게 하다 보니 두 선수가 같은 날 청백전을 하게 됐다. 일부러 두 선수를 청백전에 맞춘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독수리군단의 뉴 캡틴 채은성은 만일 팀 선택권이 있다면 류현진이 아닌 문동주 팀에 들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채은성은 “(류)현진 형 상대팀에서 형의 공을 보고 싶다. 동주 공은 LG 시절 쳐본 경험이 있다”라며 “현진이 형은 과거 내가 1군에 올라왔을 때 미국으로 가셨다. 정말 궁금한 투수들 중 1명이다. 타석에 서보고 싶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류)현진이 형은 같은 팀이라 싸워야할 상대가 아니다. 형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 바라본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투수의 공을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타석에 서보고 싶다”라고 류현진과의 맞대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의도치 않게 대한민국 최고 투수와 격돌하게 된 문동주는 “솔직히 연습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기사가 되게 많이 났더라”라고 웃으며 “팬들이 기대감을 가져주시는 거 같은데 어차피 (류)현진 선배님은 좋은 피칭이 예상되니 나만 잘하면 될 거 같다”라고 청백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2024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이 확정됐다. 7일 청백전, 12일 대전 KIA전,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뒤 닷새 휴식을 거쳐 대망의 개막전 마운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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