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촌극도 없다. 이렇다 할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MC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제작진도 당황한 MC 하차 통보. 이 촌극이 일어난 게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노래자랑’, 그리고 공영 방송 KBS라는 점에서 놀랍다.
제작진도 당황한 통보인데 출연자는 어떨까. 그리고 후임 MC는 얼마나 난감할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노래자랑’이 사상 초유의 사태로 명성을 구겼다.
김신영 측에 따르면 제작진도 이번 통보를 두고 ‘당황’했다. 제작진이 결정한 통보가 아니라면 그 윗선에서 결정해 제작진에게 통보하고, 제작진은 당황해 하면서도 이를 김신영에게 통보한 셈이다. 아직 김신영을 하차시킨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는 KBS.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면 역풍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인해 KBS는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다짐과 방향성, 목표, 가치를 모두 잃었다. 내로라 하는,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이 거론됐지만 당시 40세가 된 김신영, 게다가 여성 MC를 ‘전국노래자랑’ 故송해의 후임으로 선택했다는 부분은 변화의 의지로 읽혔다. 당시 조현아 예능 센터장은 친화력, 해박한 가요 지식, 출연자들과 울고 웃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김신영을 ‘최적의 얼굴’로 꼽았고, 김상미 CP 역시 유머코드를 뽑아내는 능력과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를 잇는 역할로 김신영이 딱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자신들이 심사숙고해 고른 MC를, 이렇다 할 이유 없이 ‘팽’해버렸으니, 신뢰 또한 잃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김신영에게는 무례했다. 적어도 프로그램 하차와 같은 큰 결정을 할 때는 프로세스와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일방적인 통보로 하차를 결정했다. 김신영은 일반적으로 받는 자신의 출연료보다 낮은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전국노래자랑’에 올인한 스케줄을 오갔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디오 측도 ‘전국노래자랑’인 만큼 김신영의 유동적인 스케줄을 이해해주고 배려했다. 이렇게 프로그램에 진심이었던 MC를, ‘일방적’으로 하차시켰으니 무례를 범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후임 MC로 확정된 남희석은 난감할 따름이다. 앞서 故송해가 세상을 떠난 뒤 이상벽, 이수근 등과 함께 유력한 MC 후보로 거론됐으나 KBS는 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위해 김신영을 MC로 선택했다. 남희석 또한 ‘전국노래자랑’을 이끌 역량이 충분하지만, KBS가 내세운 변화와는 거리가 있었기에 MC와는 인연이 닿지 못했다. 지금 다시 돌아온 기회지만, 덥석 그 기회를 잡기에는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있는 만큼 난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직 확실하게 결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MC가 됐다는 보도가 먼저 나오면서 압박을 받는 형국이 됐다. 남희석으로서는 안 받기도, 그렇다고 덥석 받기도 ‘난감’, ‘애매’한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은 KBS가 만들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국민이 사랑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후폭풍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전국노래자랑’을 촌극으로 만들어버린 KBS. 그리고 그들은 남희석을 새로운 MC로 발탁했다고 밝혔지만 MC 교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는 내놓지 않았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