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농아인야구대회 참가한 한국대표팀이 지난 1일 청주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농아인야구의 국제화를 통해 세계 농아인들의 권익을 도모하고, 농인들간의 우정과 이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이번 대회에는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렸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멕시코 등 5개국이 참가해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지난 해 11월 중순 구성된 17명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충주 탄금야구장에서 3차례의 소집 훈련을 실시하며 대회 참가를 준비해왔다.
한국은 대회 이틀째인 25일 미국과 첫 경기를 가졌다. 미국과 경기를 치른 야구장은 대만국립체육대학 구장으로 본래는 타이페이 시내에 있는 프로야구 구장으로 예정됐던 것이 변경된 것인데 열악한 야구장 환경에 날씨마저 한국의 초겨울 날씨처럼 차가웠다.
이 경기 초반부터 한국팀은 투수들의 극심한 난조로 정상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가 없었다. 선발로 올라간 김건형은 직구 구속이 130km로 스피드로는 상위급에 속하는데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아 안타 없이 볼넷을 연발하다 1회를 못 버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던진 투수도 같은 상황을 반복해 결국 1회에만 10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막판에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따라갔지만 최종 스코어 7-19 대패로 첫 경기를 마쳤다.
대회 3일째는 프로야구 구장인 티엔무 야구장에서 멕시코, 대만과 더블헤더 경기를 가졌는데 멕시코에 7-0, 대만에 21-4로 대승하면서 첫 날 미국에 대패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별히 한국팀이 그야말로 맹폭을 가해서 3회 콜드게임으로 끝낸 대만은 바로 전날 미국을 6-5로 꺾어 한국이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미국에 이길 수도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대만이 나란히 2승1패로 동률인 가운데 멕시코가 3패, 일본은 아직 2승으로 선두가 됐다. 다음날 한국은 일본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서 일본을 잡는다면 어쩌면 우승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일본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미국과의 경기를 11-5로 이겨 3전 전승을 기록했다. 만약 한국이 이긴다면 양팀이 3승1패 동률이 되는 상황에서 두 팀 모두 야구 강국다운 수준 높은 경기를 벌였다.
한국의 문제는 선발 투수의 제구력이 좋지 않은 것인데 이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는 미국전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그대로 연출해 초반에 일본에게 3점을 헌납했다. 결국 경기는 비슷한 양상으로 끝나는가 하는데 구원으로 올라간 투수 이상수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일본 타선을 묶으면서 한국의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좌타자 송영태가 총알같은 타구를 우익수 머리 위로 넘겨 3루타를 만든 뒤 김권세, 이윤희, 김선도 같은 강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져서 3-5로 따라붙었다. 안타수 6-6의 박진감 있는 경기에서 일본이 1점을 더 내면서 6-3. 한국은 마지막 공격에서 3루타에 볼넷을 연속으로 얻어 2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만약 여기서 장타가 하나 터지면 동점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갖는 순간에 마지막 타구가 중견수 플라이가 되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각 나라별 최종 전적은 일본이 4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미국 대만이 각각 2승2패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이어 멕시코가 4패.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일본은 확실한 정상권의 실력이고, 한국과 미국은 엇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개최된 제1회 세계농아인야구대회는 앞으로 2년마다 이어지며 차기 대회는 2026년 일본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타이뻬이시가 주최하고 대만의 유수한 기업들이 협찬해서 대회에 참가한 농아인 선수들에게 대회의 캐치 프레이즈인 세계 농아 야구인들이 상호간의 친목과 우정을 듬뿍 나누는 아름답고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한 주 동안 미주 대륙과 아시아에서 모여온 농아 야구선수들에겐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함께 만나 자기들만의 언어인 수어로 마음껏 소통하면서 야구를 통해 경쟁하고, 우정을 쌓은 시간은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