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연기 차력쇼에 시청자들은 떠날 수가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각색에 실패하고 실망을 안겼어도 시청자들은 떠나가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흉을 진양철로 열연한 이성민으로 지목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이성민의 연기를 보기 위해 ‘재벌집 막내아들’을 본다는 뜻이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 속에 시청률 26.9%로 종영했다.
최근 종영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악역들의 열연이 마음이 떠날 뻔한 시청자들을 붙잡았다. 박민영이 빛났지만 이이경과 송하윤이 은퇴를 결심했나 싶을 정도로 악독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 차력쇼를 펼쳤다. 그 결과,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최고 시청률 12.0%로 종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려거란전쟁’이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로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다.
‘고려거란전쟁’의 연기 차력쇼 중심에는 최수종, 이원종, 지승현, 이재용이 있다. 연기 차력쇼를 펼친 배우들이 실제 역사대로 하나 둘씩 떠나가도 새로운 연기 차력쇼가 펼쳐지기에 시청자들은 떠나갈 수 없었다.
이원종을 쿠데타를 일으켜 현종(김동준)을 황제에 앉힌 강조를 군주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역신이자 죽음으로 거란의 침략에 맞선 충신의 두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압도적인 아우라, 깔끔한 발성과 딕션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고려거란전쟁’의 초반부를 책임졌다.
중반부를 책임진 건 지승현이다. 제2차 여요전쟁 당시 수 정예의 고려군을 이끌고 각지에서 거란군을 격파하며 포로로 잡혀가던 백성들을 구하는 등 큰 전과를 올린 양규로 분한 지승현은 충성심 강하고 우직한 모습을 중저음의 목소리와 담백한 연기로 표현해내며 ‘양규앓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원종, 지승현의 연기 차력쇼가 끝난 뒤에는 이재용과 최수종이 나섰다. 이재용은 고려와 거란의 전쟁 속에서 두 아들을 잃고 황실에 증오만 남은 지방 호족 박진 역을 맡았다. 황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원정왕후(이시아)까지 끌어들여 이용하고, ‘김훈·최질의 난’ 배후로 계략을 꺼내는 그의 열연에 시청자들은 ‘고려박진전쟁’이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훈·최질의 난이 진압되면서 이제 남은 건 귀주대첩 뿐이다. 최수종의 연기 차력쇼가 펼쳐질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미 최수종의 열연은 ‘고려거란전쟁’ 1화에서 입증된 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살짝 공개된 귀주대첩에서 최수종은 눈빛은 물론 작은 목소리와 큰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집중도와 몰입도를 높이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짧은 영상과 이후 공개된 티저만으로도 기대감은 100%를 넘어 200%로 향하는 중이다. 그리고 최수종은 그 기대에 부응할 ‘연기 차력쇼’를 펼칠 적임자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고려거란전쟁’의 ‘연기 차력쇼’를 펼친 배우들로,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고려거란전쟁’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을 붙잡았다.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휘청일 뻔 했어도 10%대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연기 차력쇼를 펼치며 “OO 때문에 떠나질 못하겠다”라는 원망을 들을까. 새로운 ‘훈장’이 추가됐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