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부터 속 시원한 사이다 논쟁으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한 SBS 신규 예능 ‘판사들의 S.O.S-국민 참견 재판’(이하 ‘국민 참견 재판‘)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현재의 법 감정을 제대로 대변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SBS ‘국민 참견 재판’은 답답하기만 했던 뉴스 속 그 사건을 국민대표 배심원들이 되짚어보고 속 시원한 논쟁을 통해 현재의 국민 법 감정에 맞춰 새롭게 판결해 보는 사이다 참견 프로그램이다. 지난 29일 방송에는 국민대표 배심원 서장훈, 이상윤, 한혜진, 타일러와 함께 스페셜 배심원으로 남편대표 조우종, MZ대표 리정이 출연했다.
이날의 참견 주제는 ‘정당방위’로, 과거 이슈가 됐던 가정폭력 정당방위에 대한 실제 사건이 공개돼 배심원 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가정폭력에 저항하다 남편을 뇌병변 장애 1급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잦은 음주와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은 술에 취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려는 아내의 머리채를 계속해 잡아당겼고, 아내는 이를 뿌리치고 남편의 복부를 걷어찼다. 이때 남편이 뒤로 넘어지며 방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것.
아내의 행위가 정당방위인가 폭행치상인가에 대해 타일러는 “(발로 찬) 행동은 과한 행동일 수 있지만 안전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으로 정당방위에 속한다고 본다”라고 하는가 하면 한혜진은 “살해 위협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다. 복부를 발로 찬 행위 자체가 과잉방위가 아닌가”라는 등 배심원들의 의견이 갈린 가운데,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날, 남편이 동네병원에서 술로 인한 급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수액 주사를 맞던 중 69센티미터 높이의 침대에서 떨어진 것. 이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남편은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병변장애를 얻게 됐다.
남편 측 증인으로 선 시누이와 검사는 아내가 남편의 1차 발차기 낙상 사고에 대해 병원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중증 상해를 입히고도 치료 행위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한 점을 들어 폭행치상을 주장, 엄벌을 요구했다. 반면 변호사 측은 평소에도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에게 위협을 느낀 아내의 정당방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우종은 “우발적인 사고지 고의로 생긴 사고가 아니다. 아내에게는 죄가 없다”고 했고, 리정은 “아내의 발차기로 인해 뇌출혈이 시작됐을 수는 있겠으나, 뇌출혈은 알코올 중독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여러 차례 폭행을 저지른 남편에 대한 방어기제였을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남편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정도가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문을 연 한혜진은 “그러나 내가 시누이였다면 고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제가 판사라면 과잉방위였지만 무죄를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굉장히 어렵다. 마음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며 어렵게 입을 뗀 서장훈은 “사고 이후의 태도나 대응은 석연치 않은 게 많지만, 그 장면만 놓고 봤을 때 정당방위로 봐야할 것 같다. 나한테 위협이 되는 사람을 떨어트려 놓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힘을 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결국 국민대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아내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 판결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쏠린 가운데, 판사 출신 변호사 도진기는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를 들은 이상윤은 “아내가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남편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사고로 이렇게 된 건데, 이로 인해 책임을 지고 죄로 인정이 된다는 게 씁쓸하다”고 밝혔다.
‘국민 참견 재판’은 국민대표 배심원들의 속 시원한 사이다 논쟁을 통해 현재의 국민 법 감정을 대변,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포털사이트의 톡방 등을 통해 ‘2024년이면 정당방위 인정해야 한다’, ‘법이 좀 바뀌어야 할 듯’이라며 실제 판결 결과에 대해 분노하는 등 실시간으로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 프로그램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또한 ‘국민 참견 재판’은 ‘평소 판결과 솜방망이 처벌에 아쉬움과 불만이 있었는데 답답함을 공유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예능에서 드물게 재미와 교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포맷’, ‘너무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다’ 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외에도 이날 방송에는 흉기로 찌른 취객을 발차기로 제압한 편의점 점주 사건, 난동 부리는 주취자를 제압하다 다치게 한 소방관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벌금형을 받은 사건 등 정당방위와 관련된 실제 사건들이 소개돼 집중도를 더욱 높였다. 또한 폭행치상과 과실치상 등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법 지식을 실제 판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cykim@osen.co.kr
[사진] 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