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작품 사이에는 강력한 인연의 끈이 존재한다고 했던가. 송중기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 딱 그렇다. 과거 송중기가 거절해 그의 손을 떠났지만, 돌고돌아 결국 주인을 찾아왔고, 오는 3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2층 나루 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송중기, 최성은, 김희진 감독 등이 참석했다.
조해진 작가의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그리고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신인 김희진 감독는 "처음부터 로기완 역에는 송중기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송 배우님을 염두해 두고 썼다. 글을 드렸을 때 흔쾌히 로기완이 되어준다고 해서 벅찼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섭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꽤 우여곡절이 있었다. 약 7년 전, 캐스팅 1순위 송중기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전달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송중기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6~7년 전인데 너무 신선했고, 먹먹했다"며 "그땐 김희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쓴 줄 몰랐다. 글만 보고 먹먹하고 신선한 작품이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연을 번복했던 그는 "사실 '로기완'은 6~7년 전에 한 번 거절했었다. '하고 싶다'고 얘기 했다가 번복했다. 그때는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감히 내가 뭐라고 거절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근데 거절을 해놓고 '저 좋은 작품이 왜 안 들어가지? 다른 배우를 찾아서라도 할 텐데..' 하면서, 몇 년 간 오지랖을 부리고 있었다. 거절한 걸 후회했다"며 "그러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하고 있을 때 나한테 다시 이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이건 인연이다. 이건 내 영화다. 내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큰 애정을 내비쳤다.
송중기는 극 중 가진 것 하나 없이 떠나온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유일한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탈북자 로기완으로 분해 열연했다. 지난해 '화란'에서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으로 날 것의 매력을 보여준 송중기는 이번 '로기완'에서 탈북자 캐릭터로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MC 이금희는 "여태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사투리를 구사한 작품 있었냐?"고 물었고, 송중기는 "처음이었다. 부족한 배우 입장에서 해보고 싶었던 부분이었다"며 "아까 신선하다고 했던 부분 중에 내가 신선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북한말은) 나에겐 재밌는 시도였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말이나 사투리를 배우는 건 어려움이 없었는데 로케이션에 대한 걱정이 컸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90%를 찍었는데 '이걸 올로케이션을 한다고?'라고 생각했다"며 "이게 정말 힘든 작업인데 김희진 감독님은 데뷔작에서 가장 어려운 조건을 다 갖춰놓고 시작했다. 근데 다 소화하셨으니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언어는 부담이 없었고 로케이션이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송중기가 사투리를 쓰는 것도 상상이 안되는데, 심지어 북한 사투리라니! 부족하겠지만 스스로 만족한다고 밝힌 가운데, 김희진 감독은 "북한말 사용이나 외향의 느낌 등 이런게 인상적이었다. 송 배우님이 오래 활동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우리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처연해서 안아주고 싶은 얼굴, 서늘해서 얼어붙는 얼굴 등 아마 영화를 보시면 시청자들도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화란', '로기완'까지 매 작품 다른 연기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송중기가 처절한 탈북자 로기완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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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