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감독 선발은 우선 미뤄졌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 눈을 떼선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예정대로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 개최했다. 지난 21일 미디어 브리핑을 했던 1차 회의와 달리 2차 회의부터는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정해성 신임 위원장의 주도하에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10인이 참석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 2차 예선까지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아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라며 "우선 5월까지 대표팀을 이끌 임시 감독을 일단 선임한 뒤 추후 정식 감독을 새로 선임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려했던 '성급한' 정식 감독 임명이 아닌 임시 감독 선임 쪽으로 방향을 모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몽규 KFA 회장은 앞서 16일 대표팀 사안 관련 긴급 임원회의 진행,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후 KFA는 20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21일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임시 감독보단 정식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대표팀을 재정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감독 선임을 6월까지 미루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지만 지체하지 않고 차기 감독에 대한 논의를 약속했다"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현직 감독은 큰 문제없다"라며 현직 K리그 감독까지 잠재적 후보군에 넣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며 현직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의견 모아질 경우 구단에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K리그 팬들이 분노했다.
앞서 16일 긴급 임원회의 당시에도 K리그 팬들은 축구회관으로 화환을 보내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한국 축구팬 일동' 이름으로 도착한 해당 화환에는 "국내 감독 낭비 그만 K리그가 만만하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등이 거론됐다는 보도에 K리그 팬들이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해성 위원장이 직접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넣겠다고 공표하자 울산HD 팬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들 처용전사는 22일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 이상 K리그에 전가하지 마라"라며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응을 보인 KFA다. 여론을 의식한 KFA는 우선 임시 감독 체제로 5월까지 대표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5~6월이 되면 유럽 축구 시즌이 마무리된다. 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나는 수많은 지도자가 나온다. 더 넓은 풀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 감독을 선발할 수 있게된다.
가장 우려했던 정식 감독의 '섣부른' 선발은 여론을 의식한 KFA에 의해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KFA의 행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시간이 흐른 뒤 충분한 검토 없이 선발한 임시 감독을 연이어 정식 감독으로 선발할 수도 있다. 또는 K리그 팬들의 분노가 잦아든 뒤 K리그 현직 감독에게 다시 접근할 수도 있다.
올바른 프로세스와 절차를 거쳐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 전까지 KFA의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