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부담이 다시 가중되는 것일까.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단숨에 복덩이 타이틀을 얻은 윌로우 존슨(흥국생명)이 무릎을 다쳐 당분간 웜업존을 지킨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16일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외국인선수 윌로우의 무릎 부상 소식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전 경기 뛰었던 선수 중에 오늘(15일) 뛰기 어려운 선수가 있다. 좋은 흐름을 완벽하게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안하지만 투입되는 선수들이 확실하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렇게 했을 때 팀도 잘 풀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령탑이 언급한 ‘뛰기 어려운 선수’는 대체 외국인선수 윌로우였다. 지난 12일 수원 현대건설전에서 14점을 올리며 셧아웃 승리를 이끈 뒤 우측 무릎 인대에 부기가 발생, 이날 웜업존을 지켰다.
윌로우는 흥국생명이 지난달 22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교체를 전격 결정하며 대체 외국인선수로 핑크스파이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윌로우는 1월 20일 국내로 입국해 비자 취득 등 영입 절차를 밟았고, 26일 공식적으로 흥국생명 입단을 확정지었다.
1998년생인 윌로우는 191cm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아버지 랜디 존슨과 마찬가지로 왼손을 사용한다. 2018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에서 2018년 미국배구지도자협회(AVCA) 전미 우수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고, 이후 튀르키예,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국내 무대에는 지난 2022-2023, 2023-2024 V리그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윌로우의 부친인 랜디 존슨은 메이저리그 통산 618경기(4135⅓이닝) 303승 166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한 전설적인 좌완 에이스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권위인 사이영상을 무려 5차례 수상했고, 올스타에도 10번 선정됐다. 랜디 존슨은 2006년 은퇴 후 201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윌로우는 1월 30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V리그에 데뷔해 17점(공격성공률 44.44%)을 올렸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이후 2월 2일 장충 GS칼텍스전 19점(45.95%), 8일 인천 정관장전 17점(39.47%), 12일 수원 현대건설전 14점(36.67%)을 연달아 책임지며 팀의 5라운드 전승 행진을 이끌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윌로우 합류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 코트 안에서 태도가 좋아졌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에이스 김연경도 “팀에 소극적인 선수들이 많은데 윌로우는 완전히 외향형이다. 경기를 이끄는 주도적인 선수라 팀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윌로우 효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날 윌로우 없이 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4라운드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세트 스코어 2-0을 선점하고도 잦은 범실과 결정력 부족으로 5세트로 향해 승점 2점을 간신히 획득했다. 홀로 31득점(공격성공률 43.94%)하며 고군분투한 김연경이 없었다면 승점 2점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레이나는 공격성공률 26.58%에 범실 9개를 기록한 뒤 눈물을 흘렸고, 윌로우 대체자 김미연 역시 11점(38.10%)에 그쳤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김미연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다. 주장으로서 더 잘할 수 있었다. 물론 공격 면에서 원래 포지션이 아니라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한 건 맞다”라고 김미연의 경기력에 낙제점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윌로우는 언제쯤 코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아본단자 감독은 “최대한 빨리 돌아오는 걸 바라지만 복귀까지 최소 2주를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예상대로라면 윌로우는 6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3월 1일 인천 한국도로공사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흥국생명은 윌로우 없이 2월 20일 인천 페퍼저축은행전과 24일 대전 정관장전을 치러야 한다.
다만 이보다 빠르게 윌로우가 돌아올 여지는 남아 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경미한 수준으로 밝혀지며, 재활 기간이 최소 2주가 아닌 최대 2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흥국생명 관계자는 “병원의 염좌 소견서는 기본이 2주다. 심한 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보다 복귀가 당겨질 수도 있다”라고 윌로우의 빠른 복귀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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