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럭이다. 이러다가 시청자들이 트럭만 보고 기겁할 PTSD, 트라우마가 생길 판이다.
덤프 트럭이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 한진선)를 덮쳤다. 지난 6일 방송된 12회에서 강지원(박민영)을 죽이기 위해 덤프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왔고, 유지혁(나인우)이 대신 사고를 당했다.
이날 방송은 그동안 사이다만 주던 ‘내남결’이 고구마를 한 트럭 준 회차였다. 유독 강지원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해 유지혁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오유라(보아)부터, 자신의 위암 운명을 뒤집어 쓴 양주란(공민정), 정수민(송하윤)의 사주로 어린 시절 도망갔던 엄마의 연락으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강지원은 조력자로서 자신을 도와준 유지혁에 대한 마음을 접고 그를 밀어냈다. 유지혁이 파혼을 했고 다 설명을 하겠다고 했으나 들으려 하지 않았다. 유희연(최규리) 등이 오해를 풀기 위해 나섰찌만 강지원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고, 엄마가 돈을 보고 다시 찾아왔다는 점에 실망해 유지혁이 있는 체육관에 간 게 전부였다. 반면 유지혁은 순애보 그 자체였다. 강지원의 암 발병을 대비해 저명한 의사를 미리 포섭해뒀고, 유한일(문성근)에게는 오유라와 이어질 수 없는 이유를 어필했다. 또한 멀리서 강지원을 지켜보며 혹시나 있을 위협을 대비했다.
강지원의 흔들리는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움을 겪었던 ‘내남결’ 12회의 정점은 원작에는 없던 오유라의 사주를 받은 정수민이 부모를 이용해 덤프 트럭으로 강지원을 죽이려 하면서 최고조를 찍었다. 해당 회차에서 오유라의 사주, 정수민이 부모를 이용하는 부분은 나오진 않았으나 방송 말미 예고편을 통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 또 ‘트럭’이었다는 것. 덤프 트럭으로 인한 사고를 장치로 사용하면서 극에 극적인 반전을 주는 방식은 과거부터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잘 쌓아 올린 서사를 망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덤프 트럭으로 인해 ‘용두사미’ 결말을 맞은 바 있다. 일장춘몽 엔딩도 허무했지만, 두 번이나 덤프 트럭 사로를 내며 서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극의 흐름을 따라 몰입하던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함과 동시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트럭을 이용한 교통사고를 장치로 두면서 혹평 받았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트럭 트라우마가 생긴 시청자들은 ‘내남결’에서도 트럭이 나오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상대로 트럭이 주인공을 덮치면서 11회까지 잘 쌓아 올린 ‘내남결’의 서사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내남결’ 12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를 기록했다.
11회까지 흐름을 잘 이어오고 사이다를 안겨주면서 역대급 드라마로 남을 듯했던 ‘내남결’은 트럭의 등장으로 인해 전환점을 맞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용두사미로 끝날까. 아니면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찬사를 받았던 흐름을 이어갈까. ‘내남결’ 남은 회차에 시선이 쏠려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