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연출을 맡은 셀린 송 감독이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6일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의 화상인터뷰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 간 나영(그레타 리)이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해성(유태오)과 20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현재와 과거, 미래를 관통하는 ‘인연’에 대해 말한다.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 후 평단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제58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작품상 및 제33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엔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유태오)을 포함해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해 셀린 송은 "솔직히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선댄스에서 영화가 처음 나왔는데, 그렇게 1년 후까지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투표 해주셔서 너무 영광이었다. 제일 놀라운 건, 첫 데뷔작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되어서 계속 영광이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이야기를 못하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에 있는 컨셉인, '인연'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알려진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영화로 인해 ‘인연’의 단어를 받아들이고 느끼게 되어서 행복하다"라며 "극 중 ‘인연’이라는 것을 모르는 미국인 남성에게 코리안 아메리칸인 배우가 설명해 주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 덕분에 관객들도 다들 ‘인연’이라는 개념을 듣게 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즐거움, 행복을 느끼고, 발음을 제대로 하진 못하지만, ‘난 한국 사람이 아니지만, 인연이라는 단어를 매일 쓰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너무 좋다. ‘인연’이라는 단어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이 영화이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의 감독 송능한의 딸이다. 12세에 캐나다로 이민 간 후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했던 코리안-아메리칸 2세이다. 이러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셀린 송은 "사실 저에게 있어 '패스트 라이브즈'가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인 것이, 저는 12살까지 한국에서 자랐기도 하고, 캐나다에서 살기도 해서 캐나다인의 부분도 있고, 제 안의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제 어린 시절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이라는 배경과 문화가 많은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해서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수도 있게 되고, 제 과거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라며 "이 영화를 통해 뉴욕에 있는 세트장에서 다들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 영화의 깊이, 한국의 철학, 이데올로기도 들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유태오와 함께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유태오는 이번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셀린 송은 "태오 배우님이 오디션 테이프를 먼저 보내주셨다. 오디션 당시 ‘이 배우와는 함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테이프를 보고 대화해보고, 연기를 보는 과정을 겪었는데, 당시 코로나 시절이라 줌으로 유태오 배우와 만나 한 3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다. 이후 ‘이 캐릭터는 유태오 배우님 거구나’ 싶었다"라며 "당시 캐스팅된 해에 태오 배우님이 신인상을 탔다. 오디션을 본 후, 당일 낮에 전화해서 배우님께 ‘같이 영화를 하게 되어 좋다’고 했는데, 그날 밤에 신인상을 타시더라"라며 기뻐했다.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패스트 라이브즈' 등 한국 문화를 담은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상황. 셀린 송은 '최근 이런 작품들이 한국계 미국인을 넘어 전 세계에서 공감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라는 질문에 "'이민자'라는 아이덴티티는 한국인이랑만 연결되어 있지 않고, 많은 분에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새로운 곳에 이사 가고, 새 삶을 시작해 보지 않나. 예를 들어 한국인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옮기는 행동은 살면서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국적인 부분이 어떻게 공감받았냐는 것에 대해서는, ‘기생충’이 어떤 길을 연 위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도 한국어가 많이 들어있는 영화인데, 다른 문화권에 방영될 때는 자막이 나오지 않나. 그런 면에서 ‘기생충’이 먼저 자막이 나오는 영화로 해외에 노출되었고, 덕분에 ('패스트 라이브즈'도) 한국적인 요소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제2의 '기생충' 혹은 '미나리'로 주목받고 있는 소감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사실은 너무나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기도. 그는"코리안-아메리칸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다르고,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고, ‘미나리’랑도는 조금 다른 영화기도 하다. 부담이 되기도 하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영화라고 생각해서 괜찮다"라며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좋고,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렇게 모두 결은 다르지만, 한국을 담은 영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좋다’라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심리학과를 전공하기도 했던 그는 "심리학자가 되어서 대학교 때는 심리학 공부를 했는데, 결국은 되지는 못했다. 이후 대학원을 콜롬비아 연극학과로 갔는데, 그렇게 10년 동안을 극작가로 활동을 했다.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이 이야기는) 영화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라며 "'패스트 라이브즈'는 두 대륙을 가로지르고,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도, 어른 시절도 있다. 이런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드려야 했다. 한국도, 미국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로 쓰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인연'에 대한 메시지에 대해 "사실 인연이라는 아이디어가, 기자님들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한국에 가서 만나 이야기를 하면 ‘그때 우리 봤잖아요’라고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웃으며 "우리는 모두 언제든, 어딘가든, 누군가든,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중 우주라고 하지 않나. 어디에든 인연이 있고, 그중 특별한 인연도, 지나친 인연도, 특별하지만 지나친 인연도 있다. 우리가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특별한 영웅은 아니지만, 평범한 인생 역시 여러 시공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친은 송능한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셀린 송은 영화 ‘넘버3’의 감독 송능한의 딸이다. 셀린 송은 아버지 송능한의 이번 작품 반응에 관해 묻자, "너무 자랑스러워하시고, 너무 좋아하시더라. 온 가족이 너무 좋아했다. 솔직히 (다른 분들도)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에 대해 가족 반응을 물어보신다. 그럴 때마다 재밌고 특이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굉장히 심플하다. 그저 좋고,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해 주셨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셀린 송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디 영화고, 이런 영화는 기자님들의 서포트 없이는 지금까지 잘되지 않았을 거다. 기자님들이 아니면 이런 영화는 희망이 없다."라고 웃으며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고, 함께하는 배급사 CJ 분들도 서포트를 전 세계적으로 해주고 계셔서 너무 감사하고 꿈만 같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게 긴장도 되긴 한다. 어떻게 봐주실지가 긴장되고, 신나는 느낌이다.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빨리 한국에 가서 여러분과 인사드리고 싶다"라며 예비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 CJ ENM과 미국 웰메이드 작품 명가로 꼽히는 제작사 A24가 공동 투자 및 배급한 작품으로, 셀린 송 감독의 입봉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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