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영화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등과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를 만들었고, 송강호는 이 영화를 통해 칸영화제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이번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 이후 처음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50만 관객을 돌파해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TOP2에 올라서며 아트 영화의 흥행 부활을 알렸다. 현재 새해를 맞아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내한 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인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특히나 동조 압력이 심하다. 모두가 똑같고 비슷한 보통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굉장히 강한 사회라서 그렇지 않으면 배제하는 게 강하게 존재한다. 일본 사회에서는 그런 게 사회 곳곳에 존재해서 일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이너리티 분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에선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서 길이 좁다. 그런 면에서 살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며 "돌파구를 여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꼭 영화로 '그 문을 열겠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계와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힘 쓰고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3년간 자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관련 성과를 미미하다고.
그는 "성과가 안 나오고 있다.(웃음) 일본에서 활동했는데 좀처럼 한국의 KOFIC(영화진흥위원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러 단체에 제안하고, 제의하고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단체가 있어야 하는 이유, 장래 일본 영화가 갖게 될 위기감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레에다 감독은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런 활동을 해나가고자 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권력, 폭력 등이 구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일본은 개혁의 스피드가 느리다.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아주 조금씩 공유되고 있다. 앞으로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를 배워나가면서 이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괴물'은 지난해 11월 29일 개봉해 장기 흥행 중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미디어캐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