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부터 찌질남까지. 안재홍이 소화하지 못하는 배역은 없다.
안재홍은 1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19일, 티빙을 통해 독점 공개된 이 작품은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이다.
이솜은 차가운 말투로 불륜 커플을 쫓는 호텔리어이자 시니컬한 아내 우진을 맡았다. 안재홍은 감성적인 남편이자 불륜 커플을 추격하는 택시 기사 임박사무엘로 분했다. 앞서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이란 파격 캐릭터를 연기하며 은퇴작 아니냐는 기분 좋은 찬사를 얻었던 안재홍은 ‘LTNS’에서도 19금 환상 연기를 펼쳤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재홍은 “주변에서 6회까지 다 공개 되면 정주행하겠다는 분들이 많더라. 드디어 작품이 공개됐으니 많은 분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번 작품응ㄴ 대본을 접했을 때부터 너무 새로웠고 독창적이었다. 닮은 드라마를 찾지 못했다. 광기가 어린, 힘이 느껴졌다. 어른들이 보는 잡지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전고운 감독이 그랬다. 저도 품고 있던 말이었다. 색다르고 매운 재미가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공동 연출을 해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2018년 ‘소공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안재홍과 이솜이 단편 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 이어 이번 ‘LTNS’까지 무려 세 번째 재회를 해 더욱 그랬다. 전작에서 풋풋한 커플 연기를 펼쳤던 이들은 ‘LTNS’에선 농도 짙은 섹스리스 부부로 업그레이드 됐다.
안재홍은 “이솜과 3번째 만남이지만 오히려 새롭고 신선했다. ‘소공녀’에선 한가지 분명한 감정을 가져가는 인물이었다. 애틋한 마음으로.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서는 헤어진 연인의 단면적인 감정을 다뤘다. 이번엔 한 부부의 설렘부터 격렬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한 배우와 또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야말로 이솜에 대해 알게 된 듯하다. 신선하고 긴장감이 있는 관계. 친분을 경계했다. 이 작품을 연기할 땐 접해보지 않고 처음 하는 장면이라 날을 세워서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야 격렬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까 싶더라. 후반부에 가서 싸우는 장면에선 서로 상처주는 말을 쏟아냈지만 액션신 같았다. 펜싱 칼싸움 느낌이었다. 다양한 감정을 한 작품속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신선한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엔 파격 19금 연기였고 둘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폭발했다. 안재홍은 “액션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액션처럼 합이 굉장히 중요하고 카메라 호흡도 중요했고 체력과 정신력도 액션 영화 같았다. 그런 합으로 연기했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 이솜이 리드한다고 크게 다름을 느끼진 않았다. 장면 자체가 가진 긴장감이 대단하니까. 고텐션을 유지하면서 촬영했다. 액션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특히 안재홍은 “이솜과 4번째 호흡을 기대해 봐도 되겠나”라는 질문에 “농담 삼아 현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다음에 부모 역할로 만나면 재밌겠다고. 시간이 지나서 아이를 키우는 부부 역을 같이 하면 재밌겠다 현장에서 얘기했다. 그때도 전고운, 임대형 감독님이 만들어줬으면 재밌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작품으로 안재홍은 넷플릭스 ‘마스크걸’ 주오남에 이어 또다시 은퇴설에 휘말렸다. 가정적이고 다정한 듯 보였지만 사실은 옆집 여자(옥자연 분)와 정서적 외도 중이었고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6부에선 이솜과 폭발적인 감정신을 완성했다. 19금 애정신에 야한 대사, 불륜 커플들에게 맞는 연기와 빗속 감정신까지 수차례 얼굴을 갈아끼우며 열연을 펼친 그다.
안재홍은 “또 은퇴하는 거냐는 얘기가 들린다”는 말에 “학습된 것 같다. ‘마스크걸’ 주오남을 연기하고 은퇴설이 나왔을 때 난 저런 말을 한 적 없는데 싶었지만 내가 다 내려놓고 연기했구나 굉장한 칭찬이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감사했다. 모든 걸 인물만 생각하고 구현한 인물이 뜨거운 반응으로 다가올 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이번에도 솔솔 그런 말들이 들리니까 굉장한 칭찬이라고 느낀다.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 뜨거운 반응으로 체감될 떄 배우로서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다. 저는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싶다. 그런 칭찬이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감사하고 행복하고 뜨거운 환호니까. 은퇴하냐? 이민가냐? 이런 반응이 참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도 뜨거운 반응이 나와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안재홍의 에너지를 받은 이솜 역시 은퇴설 칭찬을 듣고 있다. 예쁜 얼굴을 막 썼다는 기분 좋은 찬사를 듣기도. 안재홍은 “고무적”이라고 농담하면서도 “우진이라는 역할이 힘들고 어려웠다는 걸 너무나 안다. 그걸 이솜 배우가 멋지게 해냈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주변에서 너무 재밌고 찰떡 같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좋더라”고 박수를 보냈다.
최근 들어 맡는 캐릭터마다 파격 그 자체였지만 사실 안재홍은 JTBC ‘멜로가 체질’ 등에서 멜로와 로코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훈남 연기를 피하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의도한 건 아니다. 운명 같다. 뭐라고 설명할 순 없는데 어느 시점에 어느 캐릭터를 만나는 건 운명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안재홍은 “주오남이라는 다크하고 음침한 인물을 제안 받았을 때에도 고민의 시간이 길진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를 순수하게 표현해보고 싶었고 임박사무엘도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 매 작품마다 작품에 맞는 언어를 써야 하는데 임박사무엘이 가진 화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어떻게 흥미롭게 이야기 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야기 전달도 있지만 인물이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더라. 의도적으로 훈남을 피하는 건 아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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