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서 대우 받아"…윤여정, 돈 아닌 사람 보고 택한 '도그데이즈' [인터뷰](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4.02.04 08: 00

 “나는 어릴 때 롤모델이 없었다. 젊었을 때 동료들은 ‘김혜자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하더라. 그때도 나는 ‘김혜자 선생님은 단 한 명만 있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나대로 나의 길을 가고자 했다. 그래서 나도 후배들에게 조언 같은 거 안 한다.”
배우 윤여정(76)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롤모델로 꼽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주는 잠깐 빛날 수 있지만 열심히 해야만 유지할 수 있다”고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관을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윤여정은 “역할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지름길은 없다. 내가 연습을 많이 하는 이유는 타고난 게 없어서 생긴 버릇이다. 물론 타고난 연기력에, 외모가 뛰어난 배우들은 있다. 근데 타고난 건 언젠가 다 없어진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데뷔 초반) 다른 동료 배우들은 연극영화과 출신이었는데 저는 조금 독특해서 뽑힌 거 같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 제게 열등의식이 있었다. 그땐 그냥 ‘시집 가서 잘 살아야지’ 싶었는데 인생이 뜻대로 안 됐다.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자리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했다. 그래서 불만 없이, 어떤 역할이든 열심히 했다.”
오랜 연습을 통해 연기 기반을 다져 온 윤여정은 “내가 70살이 넘었다. 이제는 돌아볼 것 밖에 없는 나이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든지, 감독이 좋아서 하든지, 돈을 보고 하든지 할 때마다 고려하는 사항이 다르다. 근데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몸이 아프면 일을 못하는데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현장에서 짜증을 내지 않는 건 아니다. 성인군자가 못 되니까. 나이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가장 어려운 역할은 감독님의 스타일과 안 맞는 작품”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2021)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최초 오스카 수상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냥 잘 살고 있었다. 수상을 했어도 나는 나대로 살리라 싶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높아진 자신의 위상에 대해 “한국에서는 모르겠고 할리우드에서 대우를 많이 받는다. 각자 개인 트레일러를 쓰는데 식사 시간에도 ‘선생님은 주문해서 드셔야 한다. 아카데미 위너이기 때문에 주문해도 된다’고 하더라. 할리우드의 존중은 굉장한 거 같다. 나를 부를 때 늘 아카데미 위너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상 후 출연을 결정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배급 CJ ENM, 제작 CJ ENM, 공동제작 CJ ENM STUDIOS·JK FILM·자이온 이엔티㈜)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다. 윤여정은 은퇴한 건축가 민서 역을 맡았다.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새 영화다.
윤여정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김덕민 감독과의 인연 덕분. “김덕민은 영화 ‘그것만의 내 세상’ 때 조감독으로 만났었다. 그때 제가 ‘덕민이가 입봉하면 출연하겠다’고 했었다. 결국 19년 만에 데뷔를 하더라. 그래서 출연한 것”이라며 “처음에 이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캐릭터명이 ‘윤여정’이었다. 윤제균 감독이 ‘다른 배우는 캐스팅을 할 수가 없다. 다른 배우는 생각을 안 했다’고 하더라. 처음부터 나를 생각하고 썼다”고 전했다.
이어 윤여정은 “이 작품은 시나리오가 좋았다기보다 사람을 봤다. 출연을 결정할 때마다 고려하는 게 매번 다른데 사람, 돈, 시나리오를 본다. ‘그것만이 내 세상’ 조감독 김덕민과 전우애 같은 게 쌓였다”고 사람을 보고 출연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민서 캐릭터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는 말에 “내가 싱크로율은 측정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민서의 대사와 관련, “말투를 보니 내가 실제로 할 만한 대사를 썼네 싶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나를 놓고 썼으니 내 실제 성격을 넣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CJ ENM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