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순 "재벌 최원석 회장과 결혼 지독한 시집살이..사람을 못살게 해"(같이삽시다)[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4.02.01 22: 26

'같이삽시다' 배인순이 펄 시스터즈로 누린 최고의 영광부터 재벌가 며느리, 그리고 이혼 후 겪은 힘든 시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1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는 쌍둥이 자매 가수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이 우여곡절 많은 삶을 되돌아봤다.
1960년대 레전드 자매 그룹 펄 시스터즈, 파격적인 음악과 독보적인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1968년 앨범 판매 100만장을 기록했다. '님아' '커피 한잔' '마음은 집시' '사랑의 교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놨고, 걸그룹 최초 가수왕을 수상했다.

한국을 휩쓸고 일본과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연달아 실패했고, 이 시기에 재벌 최원석 회장과 결혼해 큰 화제를 모았다. 최원석은 전 동아그룹 회장으로, 1976년 배인순과 결혼했으나, 1996년 결혼 20년 만에 이혼했다. 최원석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배인순을 만난 박원숙은 "내가 깜짝 놀랐다. 날 만나고 싶다고 해서"라고 반겼고, 배인순은 "타 방송 작가에게 박원숙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직접 연락했다"며 인연이 없지만 용기내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미리 배인순과 통화를 마친 박원숙은 "나랑 접점이 없었고, 재벌가에 시집가서 나랑 먼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유튜브에 소식을 찾아봤다. 그냥 위로해주고 싶었다"며 힘든 세월을 보낸 배인순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따뜻하게 포옹을 했고, 박원숙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인순은 "일본에서 데뷔 하려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유명 레코드사와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당시 1973년 날아가는 새도 잡는다는 곳(정부)에서 전화가 왔다. 남북적십자회담 후 만찬회가 열렸는데, '너희 안나오면 재미없어' 그러더라. 일본은 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비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더니 아무튼 빨리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해결해 줄거라고 믿었으나 기대와 달랐다고. 배인순은 "결국 한국에 왔다가 다시 일본에 못 들어갔고, 모든 방송과 활동이 끝났다. 한달 지나고 일본을 갔더니 다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보따리 싸서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 가서 세계적인 작곡가와 만났고, '열흘 후에 테스트하러 올테니 준비하고 있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작곡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배인순은 "그때 결혼하자고 남자(최원석 회장)와 시누이가 찾아와서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하더라. 그래서 동생도 팽개치고 결혼했다"며 "레코딩 가수가 안되면 그냥 결혼하자는 심정이었다. 힘든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내가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는 시아버지가 날 데리러 왔다.  그때 어른들은 사주를 보면 '이 며느리가 되면 이 집 재산을 지킨다'고 믿었다. 시아버지가 그 말씀 때문에 그런지 날 데리고 오라고 했다. 최원석 회장과 시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초고속 결혼의 이유를 공개했다.
"이혼하고 상처를 많이 받으셨냐?"라는 질문에 울컥한 배인순은 "내가 왜 이혼녀가 됐지? 믿어지지 않았다. 끝내 참고 참는다고 살았느데 마지막에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런 죄의식이 있었다. 이혼으로 인해 자식들이 상처 받고 걔네들한테 얼마나 아픔을 줬을까 생각만 하면 너무 큰 죄인이라는 생각에 이혼하고 5년간 집 밖을 안 나갔다. 우리 막내아들만 밥 해서 먹이고 아무도 안 만났다. 5년이 지나면서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가 가사가 나한테 용기를 줬다. '나도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거야'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 판단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세금을 하나 낼 줄 아나, 지금까지 다 남들이 해 준 삶이었다. 공짜로 살아온 삶이었다. 24년을 그렇게 살아서 아무것도 몰랐다. 은행을 가길 했나, 그냥 세금도 과태료를 물었따. 그렇게 살다가 나온 게 잘못이었고, 그때부터 사기꾼을 만났다. 사기꾼이 돈 냄새를 잘 맡는다. 통장째로 누구한테 맡기고 찾아썼는데, 사기꾼이 통장째로 들고 러시아로 도망갔다. 칼날 위에 서 있는 한순간이 있었따. 근데 우리 막내아들 때문에 살았다. 지금 나이도 많아서 44살이다"고 말했다.
"위자료로 받은 돈을 다 날렸냐?"라는 질문에 배인순은 "다 날렸다. 딱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죽으면 이 모든 걸 잊어버릴텐데 싶더라. 그때 우리 아들을 보니까 아직도 홀로서기가 안 되는 아들을 두고 가면 죄인이 될 것 같았다. 아들을 홀로서기 시켜놓고 간다 다짐했다. 그렇게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아들이 날 지금까지 살렸다"고 했다.
전 남편이 먼저 프러포즈했다는 배인순은 "재벌가 행사에는 한 번도 안 갔다. 첫 만남은 그건 다 커넥션이 있었다. 가족끼리 이미 만나서 알고 있었다. 우리 집에선 결혼을 반대했는데 그쪽에서 굉장히 원했다"며 "연애는 한 1년간 했는데 조금 아쉬운 건 내가 결혼 결정을 너무 순간적으로 내렸다는 점이다. 동생 갈 길을 정리해놓고 했으면 좋았을 걸 싶다. 그래서 지금도 동생한테 원망을 듣는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혜은이는 재벌가 며느리가 된 이후 시집살이를 했는지 궁금해했고, 배인순은 "시어머니가 사람을 못 살게 했다. 쉬운 예를 들면 이게 까만데 까맣다고 하면, '그게 어디 까맣냐 하얗지'라고 하셨다. 내가 '아닌데요' 그랬다가 야단 맞았다. 그럼 곧바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고 빌었다. 그러니까 속으로 어머니를 어떻게 피해갈까 그 생각만 했다. 시댁과 100m 거리에 살았는데, 근처만 가도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인순은 "제일 후회 되는 건 지금 시어머니가 그렇게 생각난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싶다. 그 분이 여자의 일생으로 보면 불쌍한 분이다. 부잣집 딸인데 사랑이 부족하고 남편은 건설업을 하니까 한번 떠나면 6개월씩 집을 비웠다. 남편의 사랑도 없었다. 한 여자로 돌아봤을 때 외로웠다. 사랑을 받을 줄도, 주는 방법도 몰랐다. 날 미워할수록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왜 속으로 미워만하고 그랬을까 싶다"며 거듭 후회했다.
배인순은 "나이 먹을수록 남편이 있어야 된다는 걸 중요하게 느낀다. 1년 전부터 기도를 하고 있다. '정말 마지막에 저 사람을 간호하고 내 손으로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전 남편한테) 못한 게 많다. 아내로서 부족한 게 많다"며 "어느 날 전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 저기서 걸어오더니 날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그 꿈을 꾸고 화요일에 아들한테 전화해서 꿈 얘기를 했는데, 전 남편이 그 다음날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셨다. 이후 빈소에는 안 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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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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