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진심으로 모여 만든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문희는 23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네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소풍’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저희 영화에 노인네들만 나온다고 하니까 처음엔 투자자가 없었다. 제작사 로케트필름 대표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해서 만들 수 있었다”라며 개봉까지 어려웠던 지점에 대해 이 같이 털어놨다.
‘소풍’(감독 김용균, 제작 ㈜로케트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에스크로드·(주)로케트필름)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공포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이후 김용균 감독의 11년 만의 신작이다. 지난해 열린 제28회 부산 국제영화제(2023)에 초청돼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김용균 감독은 이날 “저 개인적으로는 11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돼 감회가 깊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 배우님들의 작품이다.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감히 그 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워서 연출을 어떻게 할지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머리를 굴려 방향을 정해도, 제가 어쭙잖다는 마음에 자신이 없었다. 촬영하면서 선생님들에게 (캐릭터들의 마음을) 계속 여쭤보면서 했다”고 연출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소풍’에는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수록돼 개봉 전부터 팬들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임영웅의 목소리, 가사가 영화의 내용과 맞물려 캐릭터들의 우정을 한층 배가한다.
김 감독은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를 OST로 쓴 이유에 대해 “80대들이 주인공이라 영화음악을 사용할 때 아이러니를 주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저와 제작진이 온 마음을 다해 임영웅에게 편지를 썼다. 임영웅이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배우의 출연에 저희들의 마음을 알아주신 거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임영웅은 ‘소풍’에 쓰인 ‘모래 알갱이’의 음원 수익 전액을 부산 연탄은행에 기부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 감독은 “기사를 보니 음원 수익을 기부도 하셨더라. 이 자리를 빌려 임영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옥(85)은 “임영웅의 노래가 우리 영화에 정말 잘 어울린다. 솔직히 임영웅은 저희가 악조건인데 노래를 쓰도록 허락해 주셨다. 어디가서도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받는 입장일 텐데,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 그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옥은 “내가 임영웅의 팬인데, 음악까지 나오면 더 좋을 거 같다 싶었다. 임영웅의 노래가 쓰인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서 ‘이건 대박!’이라며 탄성까지 질렀다.(웃음) 내가 팬이니까 그런 부분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만족했다.
나문희(82)는 ‘삐심이’ 은심 역을 맡았다. 이날 나문희는 “이제는 보건소에서도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가 있는데, 이 작품이 현실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년에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봤을 때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너무 현실적이어서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다시 한 번 관람한 소감을 털어놨다.
김영옥은 은심의 절친 금순으로 분했다. 이에 김영옥은 나문희와의 실제 우정에 대해 “나문희와 20대 때부터 만나왔는데 워낙 오랜 시간 봐 온 배우다. 연속극은 수도 없이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영옥은 “나문희가 ‘언니랑 나랑 이 영화를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더라. 저희는 ‘너 안 하면 나도 안 해’라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은 나문희와 김영옥을 캐스팅한 것과 관련, “제가 캐스팅한 게 아니라 선생님들이 저를 선택해주신 것”이라고 비화를 전했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선생님이 캐스팅된 상태에서 연출자를 찾고 있던 중에 제가 선택된 것”이라며 “노년의 일상을 소풍처럼 다룬다는 게 좋았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일상이어서 간절히 연출하고 싶었다. 제가 매달렸다”고 연출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김영옥은 나문희와의 호흡에 대해 “우리 사이는 척하면 착이다. (웃음) 오늘 영화를 또 보니까 내 분량이 전보다 더 편집된 거 같다. 그래서 나문희가 더 주인공 같다. 친하면서도 샘이 난다”고 농담해 웃음을 안겼다.
은심과 금순은 배우 박근형(83)이 분한 태호를 다시 만나면서 여전히 유쾌하게 함께 웃을 수 있는 소꿉친구 시절로 되돌아간다.
한편 배우 류승수(52)는 은심의 아들이자, 금순의 사위를 연기했다. “이 영화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외국에 있었다. 당시 아이들을 케어하며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대본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알겠다’고 허락한 뒤 한국에 와서 대본을 제대로 읽었다”고 출연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대본을 완전히 읽고 슬픈 감정이 컸다는 그는 “배우로서 이 선생님들과 연기한다는 사실에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오늘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를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류승수는 “50대인 제 나이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돈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진짜 좋은 친구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또한 생로병사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다. 건강을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깨닫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풍’은 오는 2월 7일 설 연휴 극장 개봉한다. 이에 김 감독은 “너무 감사하게도 구정에 개봉하게 됐다. 구정은 고향에 가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고향이 있지 않나”라며 “저희 배우들이 그 애틋함을 잘 표현해 주셨다. 이 소중한 감정을 극장에서 같이 보시면서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이어 나문희도 “우리 영화가 구정에 상영한다고 하니 축복받은 거 같다. 온 가족이 모여서 소풍을 가듯 영화 ‘소풍’을 따뜻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영옥은 “제가 영화를 많이 안 해봐서 구정에 개봉하는 게 좋은 기회인지 몰랐다. 다들 굉장히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해서 감사드린다”라며 “일단 뚜껑은 열어 봐야 한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시길 바란다. ‘건행’”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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