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수와 전소민이 남긴 좋은 예에 나인우와 이이경이 힘을 보탰다. 고정 예능에서의 이미지와는 연기가 별개라는 점을 확실하게 심어주면서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각광 받고 있다. 이들을 ‘올라운더’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해 이미지가 깨지거나 바뀌면서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말이 나온지도 오래됐다. 일부 배우들은 예능 출연으로 인해 고착되는 이미지를 우려한다. 예능에 출연하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겠지만, 예능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예능을 통해 이미지가 고착화 되면 캐스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배우들의 고민이 공감이 안되는 건 아니다. 신예은은 한 예능에 출연했다나 회사로부터 ‘댄스 금지령’을 받았다고 밝혔고, 예능 출연 금지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배우 고성희 역시 소속사에서 5년간 예능 출연 금지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예능도, 연기도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가 바로 이광수, 전소민이다. 이광수는 201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1년 동안 ‘런닝맨’에서 활약했다. 거짓말쟁이, 배신자, 기린 등의 이미지로 불린 이광수지만 이 기간 동안 연기를 쉰 게 아니었다. ‘불의 여신 정이’, ‘마음이 소리’, ‘안투라지’, ‘라이브’,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이 이광수가 ‘런닝맨’ 출연 당시 출연한 작품이며, 이광수는 연기와 예능 모두 잘하는 ‘올라운더’로 거듭났다.
전소민은 2017년 ‘런닝맨’에 고정 멤버로 합류하기 전까지 두각을 드러낸 연기자였다. ‘런닝맨’ 출연 이후 단막극, 특별 출연을 제외하면 ‘톱스타 유백이’, 영화 ‘나의 이름’ 정도에 출연한 게 전부였던 전소민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고, ‘쇼윈도:여왕의 집’, ‘클리닝업’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력을 마음껏 뽐냈다. 전소민 역시 연기에서도, 예능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올라운더’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광수, 전소민이 올라선 ‘올라운더’ 반열에 나인우와 이이경도 이름을 올렸다. 나인우, 이이경은 각각 ‘1박 2일 시즌4’, ‘놀면 뭐하니?’에 고정 출연 중이지만 예능에서의 이미지와 다른 연기 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착착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나인우는 2022년 2월부터 국민 예능으로 불리는 ‘1박 2일 시즌4’에서 활약 중이다. 멤버들의 평가가 ‘잘생긴 김종민’일 정도로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인우. ‘철인왕후’ 김병인, ‘달이 뜨는 강’ 온달, ‘클리닝 업’ 이두영, ‘징크스의 연인’ 공수광,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오진성과 ‘1박2일’ 나인우를 비교하면 갭차이가 확실하다.
하지만 나인우의 ‘1박2일’ 이미지로 인해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나인우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유지혁 역으로 분하며 박민영(강지원 역)을 도와주는 능력 만렙 조력자 역할로 완벽히 분했다. 비주얼부터 진지함과 설렘을 오가는 연기가 호평 받고 있다.
이이경도 마찬가지다. 이이경은 ‘로또왕’, ‘그림도둑들’, ‘나는 솔로’, ‘심야괴담회’, ‘용감한 형사들’, ‘관계자외 출입금지’, ‘떡볶이집 그 오빠’ 등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놀면 뭐하니’에서는 ‘깡패경’, ‘투투경’ 등으로 불리며 친숙한 이미지를 쌓았다.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 ‘호텔 델루나’,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 등에서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유쾌한 이미지가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는 쓰레기 남편 박민환 역으로 분해 분노를 유발하며 ‘국민 쓰레기’에 듣극한 이이경이다.
예능 출연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광수, 전소민, 나인우, 이이경은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 또한 가수와 예능으로 고민하는 이미주에게 전소민을 예로 들며 “요즘 내가 굉장히 기분 좋은 건 (전)소민이가 예능에서 활약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도 너무 잘돼 기분이 좋다. 소민이가 증명했다. 예능하며 노래도 할 수 있도 다 할 수 있다. 예능을 하며 각자 분야에서 멋진 활약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
이광수, 전소민이 연 ‘올라운더’의 길을 나인우, 이이경이 넓혔다. 앞으로는 누가 올라운더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지 주목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