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선균의 사망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꼬집은 'PD수첩'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이선균의 생전 마지막 70일 동안 벌어진 수사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다. 마약 관련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게 알려진 지 70일 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고인은 경찰로부터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아 포토라인에 섰고, 여론의 뜨거운 관심과 비판에 시달렸다.
그가 세상을 떠나며 고인을 향했던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으나 70일 동안 벌어졌던 수사 과정에 대한 회의감은 진하게 남았다. 이에 영화감독 봉준호와 가수 윤종신 등 생전 이선균과 절친했던 대중문화예술인 동료들이 나서서 최근 기자회견까지 열며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실정이다.
그렇다면 'PD수첩'에 담긴 이선균의 수사 과정은 어땠을까. 'PD수첩' 측은 마약 수사 담당 검사 출신 변호사를 비롯해 심리학과 교수, 인권활동가 등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을 통해 이날 방송을 꾸렸다. 이 가운데 현직 경찰은 이선균의 세 차례 소환조사 과정에서 소변, 모발, 체모 등 정밀 검사 모두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한계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는 투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는 게 맞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균의 혐의는 그의 최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선균은 일치감치 실명 보도가 되며 여론재판을 받았다. 더불어 3차 소환조사까지 받으며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PD수첩' 제작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고인에게 가해졌을 상당한 압박감을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수사 과정의 압박은 피의자였던 고인 뿐만 아니라 수사 당국인 경찰에게도 해당됐다. "수사 기밀 유출을 통해서 여론의 관심을 받고 한편으로는 유죄를 밝혀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된 것이 아닐까"라는 것. 거듭된 마약 '음성' 결과에 수사 종결로 가닥을 잡는 게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멈추지 못했던 이유다.
무엇보다 'PD수첩'의 전문가들은 일명 '극장식 수사'라는 보여주기식 수사에 대해 꼬집었다. 제작진이 만난 변호사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라며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를 통해서 낙인을 찍고 수사 대상자가 압박에 자백을 하게끔 만든 것"이라고 의견을 내기도.
결과적으로 일찌감치 공표된 피의사실로 인해 수사 결과에 대한 압박이 피의자와 수사당국 양측에 더해졌고, 이 가운데 수사기관의 공권력을 휘두른 마녀사냥식의 여론재판이 비극을 초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수사당국의 고장난 브레이크로 인해 한 배우가 세상을 떠난 상황. 고인 생전 70일의 비극이 사후에도 계속해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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