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홍예지가 박지훈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눴다.
9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환상연가’(극본 윤경아, 연출 이정섭, 제작 몬스터유니온, 판타지오) 3회에서는 같은 몸에 공존하면서 육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조 현과 악희(박지훈) 그리고 사라진 기억을 떠올린 후 복수심에 불타는 연월(홍예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연월이 무희가 아닌 자객이라는 폭로에 그녀를 바라보는 왕가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사조 현은 연월과 자신이 오래전 저잣거리에서 만나 정을 나누던 사이이고, 밖에 나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자객으로 변장할 것을 부추겼다고 둘러댔다. 그가 발휘한 기지로 두 사람은 상황을 모면했지만, 평소 바람칼의 단원들을 지원하던 왕자 사조 융(황희)이 이들의 관계에 의문을 품으면서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을 암시했다.
이 일이 태자비 금화(지우)와 그 아버지 진무달(강신일)의 계략임을 알게 된 사조 현은 두 부녀의 소행을 눈감아주겠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경고의 메시지도 남겼다. 또한 태자 사조 현의 호위무사 지전서(한은성)가 금화와 남다른 인연으로 얽힌 관계임이 드러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황후가 되려는 욕망으로 남편 사조 현까지 기만하는 금화, 두 사람 사이에서 조력자와 배신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지전서가 앞으로 어떤 갈등을 겪게 될지 새롭게 등장한 관계성에 시청자들의 도파민이 폭발했다.
악희에게 몸을 빼앗긴 며칠 동안 큰 변화를 겪은 사조 현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연월을 향해 화살을 겨누는가 하면, 연씨 가문을 몰살하던 날 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고통과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결국 사조 현이 장검으로 연월을 내리치려는 찰나 악희가 그의 몸을 뚫고 나왔고, 이제까지 서로가 잠든 사이에만 인격의 전환을 겪어 온 두 사람에게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그렇게 원하던 연월의 곁으로 돌아온 악희는 자신이 없는 사이 사조 현과 연월이 가까워진 흔적에 질투를 느꼈다. 그는 무당 충타(황석정)를 찾아가 사조 현을 영원히 내면에 가둘 ‘봉함살’을 날려 달라고 했고, 이를 완벽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연월을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필사적으로 그녀를 피해 다녔다. ‘다 내가 가질 거다. 사조 현, 이제 너는 사라질 거다’라는 저주에 가까운 악희의 독백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고, 너덜너덜해진 채로 마음의 공간에 갇힌 사조 현이 이대로 몸을 빼앗기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됐다.
태자의 정신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연월은 그에게 악귀가 깃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사조 현을 악귀라고 칭하는 악희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겉모습은 같지만 악희보다는 사조 현에게 분명한 끌림을 느끼는 연월의 모습은 세 사람의 어긋나 버린 애정의 방향을 짐작케 했다. 그런가 하면 충타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되찾으려던 늦은 밤 궁궐에서 홀로 기다리던 연월을 정체불명의 자객이 습격했고, 때마침 도착한 충타가 자객을 처치해 암살은 미수에 그쳤다.
서로를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치는 가운데, 서늘한 분위기의 엔딩 장면이 탄생했다. 쓰러진 후 기억을 되찾은 연월은 태자를 찾아가 그와 애틋하게 포옹했다. 하지만 고요한 표정 뒤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감춘 연월은 태자의 등에 단도를 겨누었고, 이대로 원수의 아들을 해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연월 앞에 선 태자의 정체가 사조 현인지 악희인지 불분명한 전개가 이어지며 다음 회를 더욱 기다리게 했다.
KBS2 월화드라마 ‘환상연가’ 4회는 오는 15일 밤 10시 10분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