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없었지만 중동 3대 세트 중 2개만 나와도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러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마지막 모의고사를 승리로 장식하며 아시안컵 준비를 마쳤다.
64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E조에서 바레인(1월 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일)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치른다. 한국이 만약 E조 1위를 차지하면 16강 상대는 D조 2위다. 일본·인도네시아·이라크·베트남 중 한 팀이다. 조 2위를 하면 사우디아라비아·태국·키르기스스탄·오만이 속해있는 F조 1위와 맞붙는다.
아시아 어느 팀보다 우승 트로피가 간절하다. 아시안컵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서 연속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63년 동안 준우승만 네 번 하며 우승과 인연이 없다.
매번 아시아 정상급 전력을 자랑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유독 불운한 장면이 많아 ‘아시안컵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개최국 호주에게 연장전 끝 패배 2019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팀 카타르에게 8강서 0-1로 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컵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특히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의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확률도 있고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2024년은 한국의 아시아 왕좌탈환 최적기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 단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징크스는 다르게 말하면 중동팀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00년 레바논 대회 4강은 사우디아라비아, 2004년 중국 대회 8강에선 이란에, 2007년 동남아 대회 4강 이라크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라크전은 중동 징크스 극복을 위한 첫 단추로 열리는 시험 무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유독 중동의 피지컬을 앞세운 거친 압박과 침대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전서도 그것을 넘어서고 공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중동 특유의 거친 몸싸움과 의아한 심판 판정이 겹쳤다. 경기 자체는 무난했다. 단 조별리그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지독하게 만나야 하는 중동 특유의 플레이가 다시 한 번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전 로테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상대의 거친 볼 경합에 당황한듯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재성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고 나서도 바로 이라크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질 뻔 했다. 특히 최전방에 있는 오현규가 가장 심하게 고전했다. 측면의 이기제나 설영우를 통해 전방에 자주 크로스가 배급됐지만 오현규는 전반 내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지상 경합서 1/5, 공중 경합에서 0/3으로 공을 잡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조규성,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송흥민 등 주전 멤버를 대거 출동시켰다. 그러자 밀리기 시작한 이라크는 거친 플레이로 대응했다. 후반 26분 이라크는 황희찬을 향해 무리한 태클을 날려 그가 쓰러지기도 했다.
단순히 이 장면을 제외하고도 이라크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를 통해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후반 39분 이강인이 이라크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이에 이강인이 대응하자 옐로 카드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이강인의 퇴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으나 먼저 인플레이 상황이 아닌데도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한 이라크 선수가 레드가 아닌 옐로우에 그친 것도 문제였다. 여러모로 선수들 입장에서는 거친 플레이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겹쳐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전은 앞으로 아시안컵서 한국이 만날 중동 팀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국을 매번 울린 중동 모래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과연 클린스만호가 모래 바람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