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가 끝난 2023년, 영화 1인당 티켓값 1만 5천원과 OTT 4인 한달 구독료 2만 2천원으로 콘텐츠 가격이 수렴됐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결코 가볍지 않은 대중의 '가성비' 평가가 한국 콘텐츠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 극장의 위기, 영화계 '돈'의 흐름이 막혔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절 국내 극장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당장 좌석 간 띄어 앉기가 도입되며 상영관 매출이 반토막보다 낮아졌다. 촬영장에서도 거리두기와 확진자 등장으로 인한 촬영 중단이 빈번해지며 작업이 더뎌졌고, 빼곡한 상영관을 생각하며 예산부터 검토된 대작들의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누적된 문제는 '엔데믹' 전부터 봇물 터지듯 속출했다. 극장이 어려워지니 영화계에 '돈'이 돌지 않았다. 배급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메며 밀린 개봉은 더욱 기약이 없어졌고 작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며 산업 자체가 흔들렸다.
그렇다고 줄어든 관객들을 끌어당길 작품들이 국내에선 단번에 나오진 않았다.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대체불가능한 '오리지널'을 강조한 작품들 만이 관객들을 상영관으로 불러모았을 뿐. 극장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반영해야 할 국내 제작 현장의 변화는 누적된 개봉 연기 작품들에 밀려 더욱 더뎌졌다.
# '1만 5천원' 흔들리는 영화의 가성비
그 사이 높아진 영화 티켓 값 1만 5천원(성인 1인당 기본 가격)은 대중에게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됐다. 이미 한달에 구독료 2만 2천원이면 최소 성인 4명의 한 가구가 무제한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시청할 수 있는 OTT가 콘텐츠의 주류가 된 상황. 극장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거리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영화는 대중에게 '제일 값싼 대중예술'이 아니게 된 것이다.
물론 '범죄도시3'나 '서울의 봄' 등 소수의 천만 영화들이 잠겼던 관객의 지갑을 열어주긴 했다. 그러나 '범죄도시'처럼 대체 불가능한 시리즈의 연속성이나 '서울의 봄'과 같은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강한 열망을 자극하는 작품들은 더 이상 극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들의 막강한 지원 아래 OTT에서도 수작이 쏟아지는 상황. 영화 한 편이 선사해야 할 즐거움이 이 전보다 배는 더 높아져야만 한다. '가성비'를 '가심비'로 바꿀 수 있는 분명한 구매 포인트를 제시한 영화 만이 비싸진 극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최근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자체 콘텐츠 '만날텐데'에서는 배우 정우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출연작 '서울의 봄' 홍보 차 성시경을 만난 정우성은 "요즘 극장 가면 현매(현장 예매)가 너무 쉬워졌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동시에 그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너희 출연하는 작품만 극장 와서 봐달라고 하지 정작 극장 가서 영화 보냐"라고 질문하며 "쉬는 날 짬 날 때마다 극장 가서 영화 봐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산업의 종사자이자 장르로서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한 정우성이기에 가능한 일갈이었다.
연예계에서 겸양의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제가 출연한 작품 부끄러워서 못 보겠어요"다. 스스로의 퍼포먼스에 대해 부족함을 통감하며 하는 으레 할 법한 요식행위이지만 이제는 그런 허례허식이나 겸손 떨 때도 지났다. 대중에게는 이미 영화, OTT, 유튜브 자체 컨텐츠까지 볼 거리가 널리고 널렸다. 직접 극장으로 달려가 표를 사고, 제작진이든 출연진이든 각자가 만든 작품의 대체불가능함을 확인하고 증명하고 알려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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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영화 포스터 제공, 유튜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