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되기 싫어서"…'노량' 허준호, 대작 출연 꾸준한 비결 (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12.20 18: 50

 “스크립트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마음이고, 전작의 느낌을 최대한 빼자는 생각이다. 그게 지금 만난 작품을 향해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제가 잘해야 한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허준호(59)에게서 나오는 연륜이 느껴졌다.
데뷔한 지 37년이 흘러 시간이 주는 무게감도 있지만, 허준호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따뜻한 마음과 그만의 선함이 함께 있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허준호는 이날 OSEN과의 인터뷰에서 “‘노량’이라는 영화가 나에게 도전이라기보다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대작 라인업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한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부터 올 추석연휴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등 관객이 극장의 문턱을 넘을 시간이 비교적 많은 시기에 개봉을 결정한 대작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어서다.
오늘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도 같은 선상에 놓인 액션 대작이다.
지난 2014년 7월 개봉한 ‘명량’, 2022년 7월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분)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다. 허준호는 명나라 무신으로 정유재란에 참전한 등자룡을 연기했다.
이날 그는 캐릭터를 맡아 표현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저는 오랜 시간 노력해 온 감독과 작가 등 제작진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다. 95% 정도는 감독, 연출부의 의견을 따르고 5% 정도 제 의견을 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분장, 의상 등 모든 걸 제작부에 맡겼다”고 말했다.
김한민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해 허준호는 “저는 될 수 있으면 감독님의 뜻에 따른다. 감독님들 가운데 힘든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저는 감독만의 스타일에 맞게끔 최대한 노력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한민 감독님은 집요하고 성실하다. 우리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그만큼 많이 알고 준비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라며 “(출연 결정을 위한) 미팅을 했을 때 이순신 장군에 대해 내가 말할 틈이 없었다.(웃음) 그 정도로 시, 분, 초 단위로 나누어서 이순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 감독만의 장점을 칭찬하기도.
실존 인물인 등자룡은 정유재란에 참전했다가 67세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액션은 전작에서도 했기 때문에 어렵진 않았다. 근데 그 의상을 입었을 때 무엇이든 맡겨도 된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도록 몸을 벌크업했다”고 인물을 표현한 자신만의 과정을 전했다.
중국어에 대해서도 “중국영화를 했었지만 다른 나라 언어로 된 대사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금세 잊어버려서 집중해야 했다”며 “저는 중국어를 한국어의 감성에 맞게 얘기했다. 선생님들이 녹음한 것을 들으면서 연습했는데, 그분들은 연기를 못하시니까, 제가 읽은 것을 들려주면서 표현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 톤을 수정했다”고 후시녹음의 도움도 받았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힘들다는 표현”을 했었지만 이제는 “이런 작업의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른바 “‘꼰대’가 되기 싫어서 젊은층의 의견을 더 듣게 됐다”고 표현했다. “저의 출연작 결정을 소속사에 맡긴 지 2~3년 됐다. 감각적인 사람들이 골라주는 걸 하자는 생각이다. 물론 내 생각이 맞을 때도 있는데, 틀릴 때가 더 많다. 나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하는 것보다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회사에서 추천해준 작품을 했을 때 결과도 더 좋더라.(웃음) 그걸 따르다보니 (작품 선택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에 나온 대사도 웬만하면 내 방식대로 바꾸지 않는다. 그래야 작품 속 캐릭터처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캐릭터) 변신이 많이 된 거 같다”고 자평했다.
허준호의 바람은 작품에 폐를 안 끼치는 배우다. “관객, 시청자들이 봤을 때 '저 장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모가디슈’로 42회 청룡영화상, 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30회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허준호는 어느새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여름 성수기, 겨울 대작에 계속 나오고 싶다.(웃음) 제가 순수예술을 하는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대중예술이라 관객,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내가 잘해야 한다.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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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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