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데뷔 26년, 매일이 부담이었다"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12.20 09: 15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아이돌의 성역에 도전하는 배우가 있다. 데뷔 초부터 함께 한 회사를 떠나 새로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성실한 연기자, 장혁을 만나봤다. 
장혁은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메이크스타 사무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메이크스타와 진행한 '포카앨범'을 비롯해 근황과 차기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존 아이돌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포카앨범'에 장혁은 배우 최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편의 느와를 연상케 하는 포토카드 들 사이 장혁은 '전투형 AI'로 변신해 20년 넘게 연마한 절권도와 복싱을 이용한 '블로킹' 액션을 선보인다. 선글라스를 쓰고 슈트를 입은 그의 액션은 탱고 춤처럼 절도있고 우아하게 이어지는가 하면, 정교하게 짜인 안무를 보는 것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장혁은 인터뷰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자신 있게 '포카앨범'의 영상 두 편을 공개했다. 편당 3분여의 영상에서는 원 테이크로 촬영된 장혁의 리얼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소하지만 신선한 '포카앨범'에의 도전은 장혁에게도 모험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아무래도 아이돌이라는 팬덤 플랫폼을 보유한 뒤에 (음악)앨범처럼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내 "음악이 아닌 배우로서의 퍼포먼스로 3분씩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라며 "그랬더니 한 시퀀스로도 모자라서 두 시퀀스가 나왔다"라며 배우로서 '포카앨범'이라는 영역에 도전할 수 있던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요즘엔 액션들이 컷을 나눠서 하는 게 많더라. 예전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컷을 나눴다면, 요새는 그걸 길게 끌고갈 배우가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배우의 퍼포먼스로 원 테이크에 라이브 액션으로 그 맛을 살려보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느와르 필름과 액션의 매력을 강조한 '포카앨범'이지만, 장혁은 "액션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안무를 디자인하는 느낌으로 액션에도 참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결국 연출부터 합을 구성하는 부분까지 이 배우가 갖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배우의 색감을 보여주는 것, 그게 이번 '포카앨범'이라는 콘텐츠의 주제였다"라며 "나중엔 이런 캐릭터를 영화나 드라마로 충분히 기획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실제 장혁은 이번 포카앨범을 통해 '최초의 전투형 AI'라는 캐릭터 설정부터 어떻게 액션을 채워볼지 합을 짜는 것부터, 마치 춤을 추듯 1대 1 액션이 연달아 펼쳐지는 원 테이크의 영상에서 그는 탱고 음악을 배경에 사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혈을 기울였다. 이미 '좀비 헌터'를 소재로 드라마 구상까지 하고 있다고. 현재 소속사가 없는 상태인 그는 제작사, 기획사 등과 다양한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구체화시킬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와 관련 장혁은 "영화 '검객(2020)' 때부터 구상을 해봤다. 예전에 홍콩 영화가 활성화 될 때도, 자국에서는 수요가 부족한 것을 다른 나라들로 확장시켜 마샬 아트와 느와르 장르로 확장시켜 수요를 만들지 않았나. 지금은 한국에서 그런 여지가 있는 것 같더라. OTT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노출하면 확보할 인프라도 풍부해질 거라 생각해서 액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그 팀을 만들어서 해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포카앨범'에 앞서 장혁은 최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약칭 살림남)'에 합류했다. 또한 가수 김종국과 홍경민, 배우 차태현과 홍경인 등 절친한 '용띠클럽' 멤버들과 함께 JTBC 예능 프로그램 '택배는 몽골몽골'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기자로 일관된 길을 걸어온 장혁에게는 의외의 행보였다. 
이와 관련 장혁은 "'살림남' 제작진에게 집을 보여주거나 가족들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살림하는 남자'의 인생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라면 괜찮다고 봤다. 40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의 남자가 안정감 있게 주부처럼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싱글남들도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거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1976년 생인 장혁은 "제 나이가 일반 회사원들도 관리직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개인의 역량을 디벨롭 하기엔 굉장히 갈등도 많다. 그런 시기적인 콘셉트의 문제 때문에 '살림남'도 같이 하게 됐다. '포카앨범' 이후 다음 작품의 주제도 그 부분이 강하다. 배우였던 남자가 40대 중반을 훌쩍 지나 새로운 변환점을 맞는 것에 대해 다양한 색감으로 풀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택배는 몽골몽골(약칭 몽골몽골)'에 대해 "함께 만난 친구들이 20대 초반부터 매일같이 만나면 술 먹던 애들이다. 거의 매일 마셨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같이 모이기가 힘들어졌다. 듬성듬성 둘씩 보기도 했는데, 단체로 다같이 모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태현이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예전에 KBS에서 삼척을 같이 가서 '우리 몽골 가서 말 탈래?'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종국이가 하는 유튜브에서 한번 더 얘기하니 얼떨결에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재미있었다. 2천 킬로미터를 횡단했다. 울란바토르부터 카자흐스탄까지. 택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거기서 뭘 하는지가 중요했다. 어느 날 게르 안에서 다같이 술 먹다 취하고, 태현이가 차를 타고 가면서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를 트는데 창밖을 보는 순간 괜히 울컥해졌다. 한번은 경민이가 '밤이 깊었네'를 만취해서 부르는데 가사도 계속 틀리고, 그런 모습들조차 진하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장혁은 "20대 초반에는 빨리 40대가 되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간극을 채울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채우는 느낌과 살면서 채우는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 이제는 채워진 것 같다. 그만큼 살아왔으니까 채워진 거다. 그 시간의 색감은 그 사람이 걸어왔기 때문에, 살아왔기 때문에 담겨지는 거다"라며 작품에 담고 싶은 세월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원숙함과 동시에 아직 도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 장혁은 지금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채우려 했다. 매일 6~7시간 영어 공부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고. 그는 영화 '더 킬러' 홍보 차 미국 LA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고 뉴욕 영화제에도 참석했던 일을 언급하며 "거기서 호응이 정말 좋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을 팔지를 못했다. '왜 영어를 안 했을까'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꼈다. 시험을 보려는게 아니라 운동처럼 영어고 계속 배운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취학연령인 자녀들을 영어권 국가로 보내 외국어를 익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외롭지 않다"라며 웃은 그는 "당연히 보고 싶지만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해 벌써 배우로 26년 동안 활약한 바. 그럼에도 장혁은 "매일이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물 한 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이 부담됐다.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지 않나. 다음 작품을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택할 때마다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복싱할 때 비슷한 공포감을 느꼈다. 옆에서 누구나 훈수는 둘 수 있지만 상대를 때리려면 나도 맞으면서 들어가야 하더라.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에 그는 "다음 스텝은 조금 느슨해졌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 나이 또래의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제가 참여한 작품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20대, 30대를 연습실, 운동, 촬영 현장을 오가면서 살았다. 그 때보다는 느슨해지려 한다. 쉬겠다는 게 아니라 작품을 틈 없이 빨리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들어갈지를 조금 고려하게 됐다. 자기만의 시간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힘주어 밝혔다. 
그렇기에 장혁은 지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다. 지난 2월 말 데뷔 초부터 몸 담았던 전 소속사 싸이더스HQ를 나오고 다양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 같다"라며 웃은 그는 "27~28년을 한 회사에서 있다가 긍정적인 것부터 부정적인 것까지 다 보고 나왔다. 이후 내가 어디로 갈 지 모르겠지만 그 경험은 분명히 저의 큰 자산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방향성을 구축하려 한다. 혼자 다니겠다는 것 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과 함께 데뷔 30주년을 바라보는 장혁의 홀로서기가 기대를 모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메이크스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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