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란 게 너무 많아”..KBS는 아슬아슬 외줄타기 중 [Oh!쎈 이슈]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12.18 13: 34

“KBS 이상해.”,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차 떼고 포 떼고 어떻게 웃기라는거야.”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개그맨 신윤승이 ‘봉숭아 학당’에서 투덜투덜 대면서 하는 말이다. ‘이상해’ 아저씨로 활약 중인 신윤승은 공영방송이라서 지켜야 하는 점들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를 역으로 이용해 웃음을 선물한다. 음향 감독과 편집이 더해지면서 개그콘서트 내 인기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이상해’ 아저씨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다수의 KBS 예능은 ‘공영방송’이라는 점 때문에 표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방송사에 비해 ‘공영방송’이라는 이유가 KBS 예능의 한계점이었고, 더 자극적인 콘셉트의 예능들이 속출할 때도 KBS는 ‘공영방송’의 선을 넘을 수 없었기에 비슷한 맛마저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영방송’이라는 허들을 뛰어 넘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먼저 예능에서는 지난 2020년 방송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리슨업’이 대표적이다. ‘리슨업’은 대한민국 TOP 프로듀서 10팀이 음원 차트 점령을 목표로 펼치는 생존 배틀로, 다이나믹 듀오, 라이언 전, 팔로알토, 정키, 픽보이, 김승수, LAS, 이대휘 등이 출연했다.
‘리슨업’은 마치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KBS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매운 맛을 보였다. 각기 다른 음악 장르, 다양한 개성을 가진 프로듀서들은 첫 만남부터 생각보다 긴장감을 유발하며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고, 예상에 없던 투표식, 서로에 대한 견제가 생각보다 더 독하게 형성됐다. Mnet에서나 볼 법한 독한 멘트들도 오가면서 “KBS 예능 맞아?”라는 착각을 일으켰다. 시청률은 1%대에 불과했지만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서치미’가 대표적이다. ‘서치미’는 찐친 추리 시추에이션 리얼리티 예능으로, KBS가 U+모바일 TV와 협업해 선보이는 중이다. 라이브 방송의 형식과 웹예능 출연자들, 빠른 호흡이 KBS와는 안 어울리는 형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적을 받았으나 “KBS에서 이걸?”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임형택 PD는 “지상파 방송과 협업은 스튜디오 최초 사례로, 지금은 플랫폼보다는 콘텐츠 중심의 분위기라고 느낀다”라며 “전통적인 분위기의 KBS와는 안 맞는 호흡일 수 있지만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웹과 지상파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개그콘서트’ 신윤승이 ‘봉숭아학당’에서 선보인 이상해 캐릭터 또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신발 브랜드, 휴대전화 브랜드,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열렬히 외치지만 음향감독의 절묘한 ‘음소거’로 완성시키지 못하고 “이상해”라며 의구심을 보인다.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KBS, 지상파,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미처 다 말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예능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다. 최근 OTT 플랫폼 U+ 모바일 TV와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은 드라마 ‘하이쿠키’가 대표적이다. 마법의 수제 쿠키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판타지 스릴러 작품으로, 지난 10월 23일 공개 직후부터 10월 말까지 U+모바일TV 전체 영화, 드라마 포함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넷플릭스 공개 직후 3위로 진입해 국내 최고 순위 2위, 10월 26일과 27일에는 OTT 통합검색 및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츠 일일드라마 인기 지수에서 드라마 전체 1위를 기록했고, 지난달 2일과 3일에도 같은 지수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유지했다.
‘하이쿠키’는 KBS 가 발굴한 신인 작가와 KBS PD가 직접 제작을 맡아 기획 단계에서부터 OTT 드라마로 개발된 작품이다. 마약 등 사회적 이슈가 될 법한 소재를 선정해 OTT 플랫폼을 겨냥한 발칙하고 집중도 있는 드라마를 목표로 제작됐고,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며 한계를 극복했다.
예능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공영방송’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2024년에는 어떤 예능,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길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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