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극장에 가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되면서 올해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장르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올 개봉한 ‘엘리멘탈’(723만 7796명·영진위 제공·이하 동일), ‘스즈메의 문단속’(557만 3668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77만 862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39만 5468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199만 4626명)는 각각 2023 연도별 박스오피스에서 각각 3위, 4위, 6위, 12위, 14위에 올랐다.
국내 기대작들이 극장 개봉을 연기했고, 한국영화의 흥행이 어려워지면서 애니메이션의 관객수가 돋보인 부분도 있다. 한마디로 일본 애니라서 관객에게 선택받은 게 아니라, 무너져가던 극장에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를 고르다보니 애니메이션이 된 격이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이 가진 힘은 묵직하다. 애니의 성공 요인은 실사영화에서 구축하기 힘든 독특한 세계관 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전달한다.
이에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오타쿠’만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강해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시장의 확장과 새로운 도전이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다.
이에 애니메이션을 유아용 시장으로 묶어서 접근했지만 점차 일반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제와 장르, 연출방식으로 세분화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들도 성인은 관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의 주체로 인정하고 만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꿈 되찾기,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기,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 등 보편적인 소재를 사용하는데 흔하고 식상한 소재를 감동적으로 뜨겁게 다뤄 보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존의 가치관을 접고 다시금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들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 신중하되 차츰 나아갈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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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