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닥터 차정숙’과 ‘보라! 데보라’가 적절하지 않은 대사로 논란에 휩싸이며 대중의 비난을 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효심이네 각자도생’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대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KBS 2TV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이하 ‘효심이네’)은 지난 10일 23회 방송 말미 오는 16일 방송될 24회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극 중 장숙향(이휘향 분)이 이효심(유이 분)에게 한 말이 문제였다.
장숙향은 강태호(하준 분)와 핑크빛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효심을 집에 불러 “우리 아들한테 아가씨 사주려고 얼마면 우리 아들이 힘들고 지칠 때 아가씨한테 가서 쉬다 올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된 후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장숙향이 강태민(고주원 분)에게 “죽어라 키워놨더니 트레이너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아들은 싸구려 여자나 쫓아다니고”라고 하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장숙향이 극 중 갈등을 만들어 내는 악역이라고 할 지언정 여자를 돈으로 사겠다고 하고 헬스 트레이너 직업의 여성을 ‘싸구려’라고 표현하는 등의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줬다. 결국 시청자들은 “대사가 불편하다”, “대사가 선을 넘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효심이네’ 측은 예고 영상에서 “아가씨 얼마냐고”라는 짧은 대사로 수정했지만, 해당 장면은 장숙향이 이효심을 직접 대면하고 이 만남을 통해 이효심과 강태호의 관계 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이라 논란이 된 대사를 편집할 지 그대로 내보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효심이네’처럼 선을 넘는 대사로 논란이 됐던 드라마들이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5월 종영한 ‘보라! 데보라’다. ‘닥터 차정숙’은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항문 복원 수술 실패 후 삶을 비관해 유서를 쓰고 옥상에 올라가는 내용을 담긴 회차에서 크론병을 ‘못된 병’으로 표현하고 유전된다고 잘못된 정보를 줘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2차 가해했다”, “환우와 가족이 큰 상처를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닥터 차정숙’ 측은 이에 대해 “설명이 미흡했다”며 “투병 중인 환자 분들의 고통과 우울감을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이 된 장면을 끝내 삭제 조치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보라! 데보라’는 외모 관리 관련 대사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언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극 중 데보라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 세수했다.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다. 그리고 살아남았다”며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다. 솔로로서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대사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학살이 자행됐던 곳으로 가슴 아픈 역사적 비극을 상징하는 장소인데, 이를 외모 관리의 중요성 관련 대사와 연관 짓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제작진은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kangsj@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