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 어려운 관객 200만의 벽…2024년엔 좋아질까 [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12.17 07: 01

 올해는 과거부터 철옹성처럼 쌓아온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 명절맞이 블록버스터라는 기준과 집계 등 나름 객관적이라고 치부되어 온 데이터 수치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 한 해였다.
특히 ‘7말8초’에 나오는 텐트폴 영화들은 매년 배급사가 자신있게 내놓는 작품인데, 개봉 시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바구니에 담겨서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마케팅 방식도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감독과 제작사, 투자배급사 등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대중적인 상업영화가 관객들의 티켓팅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또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 빅4로 불렸던 ‘밀수’(감독 류승완),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더 문’(감독 김용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의 누적 관객수를 더한 수치는 1056만 7618명. 5월 개봉한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모은 누적 관객수 1068만 2813명보다 적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올 개봉 한국영화 중 2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은 ‘범죄도시3’,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30일’ 등 5편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잠’(감독 유재선)은 147만 359명을 동원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올해 이 여섯 작품만이 총제작비를 뛰어넘고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단, 제작비 113억 원이 들어간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은 손익분기점 240만 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매출액 186억 3485만0555원을 찍으면서 제작비는 회수했다.
2023년 명확해진 흥행 판가름 기준은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다. 각 영화별로 순수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한 총 제작비만 넘겨도 흥행작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기대작은 500만을 넘겨야 흥행한 영화로 올려줬던 시절이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무언가 시사한다.
올 극장 시장의 성적표를 분석해보면 현재를 사는 관객이 무엇에 반응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스타 배우 출연과 흥행 감독 연출보다 어떤 소재를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몰입도 있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2024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반드시 나아지길 기원한다. 영화관에서 봐도 티켓값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재미있는 서사와 탄탄한 연출이 보장된 작품들이 연달아 개봉해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끔 이끌어야 한다.
더 이상 텐트폴 영화, 추석·설 대목이라는 시기도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성수기로 꼽혔던 여름과 명절 개봉작들이 비성수기 선보인 작품들과 비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다.
‘극장 관객들이 사라진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은 이 시점에, ‘서울의 봄’ 흥행 성공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극장에 갈 결심은 언제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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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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