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차’ 진지희 “‘빵꾸똥꾸’ 이미지 탈피? 의식 NO…성장은 ‘진행 중’”(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12.04 10: 53

배우 진지희가 ‘완벽한 결혼의 정석’ 비하인드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는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 배우 진지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완벽한 결혼의 정석'은 과거로 돌아와 남편과 가족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제안한 여자 한이주(정유민 분)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받아들인 남자 서도국(성훈 분)의 처절하고 은밀한 '회귀 로맨스 복수극'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 900만 뷰에 이르는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12부작으로 이뤄진 ‘완벽한 결혼의 정석’은 지난 3일 종영된 가운데, 진지희는 극 중 한이주의 이복동생이자 ‘악녀’ 한유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날 진지희는 종영 소감에 대해 “일단 촬영은 오래 한 느낌인데, 벌써 종영이라는 생각에 좀 이상하다”라면서 “이 드라마가 독특한 게, 섭섭함이 더 컸다. 유라라는 캐릭터에 그만큼 빠져있었던 거 같고, 아쉬움보다는 그 가족들과 더 오랜 시간 연기하고 싶었던 설렘으로 아쉬웠다. 아직 현실로 안 다가오는데, 지금도 함께 촬영한 팀들과 사이좋게 연락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나리오 첫인상에 관해 묻자, “일단 저는 원작 웹툰을 봤었다. 원래부터 좋아했던 웹툰이었지만, 거기에 대해 망각하려고 했다. 원래는 웹소설이 원작이라 글로도 읽기 시작했다. 글로 보니 다가오는 이미지가 다르더라”라면서 “웹소설 속의 한유라와 대본에서의 한유라는 차이가 좀 있었는데, 드라마의 한유라에게 집중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극초반에는 사랑스러운 유라에서 조금씩 변화해 가지 않나. 긍정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을 내가 표현할 수 있다니, 라며 연기하게 된다면 스스로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유라는 말보다는 행동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에 몰두해서 유라 캐릭터를 살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유라’ 캐릭터에 대해서는 “사실 전체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어떻게 언니의 남자를 뺏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유라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웃으며 “유라가 어떻게 보면 불쌍한 부분들이 많다. 그냥 한 남자를 사랑했던 부분도 있다. 그런데 유라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상황들이 억울할 수도 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뿐인데, 다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아이도 상처가 대단히 크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유라에 대해 공감이 됐다. 물론 악역 연기를 하다 보니 가끔 스트레스도 좀 풀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를 위해 신경 썼던 부분도 떠올렸다. 진지희는 “이번 캐릭터는 사실 ‘내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바라봤다. 물론 유라와 비슷한 부분은 누구나 있을 거다. 욕망은 누구나 있고, 자그마한 욕심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더 확대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저에게는 없는 부분이 유라에게 더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새로운 필름’을 갈아 낀다고 생각하고 다가갔다”라며 “스타일링도 신경 썼다. 유라는 재벌 집 막내딸이자 갤러리스트다. 색감에 굉장히 예민할 거로 생각해해 작품 전부터 제가 직접 시안을 찾아서 스타일리스트분과 상의했고, 헤어, 메이크업 부분도 더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충도 있었다. “후반부 연기가 어려웠다. 10부에서 유라가 친부의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 거짓말에 충격을 받고, 집안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되며 충격을 받는다. 총 세 번의 충격을 받는데, 작가님이 이걸 한 회에 몰아 놓으셨더라. 이걸 ‘기승전결’을 잘 짜지 않으면 이 화 전체가 루즈해질 수 있구나, 혹은 감정변화를 시청자에게 잘 납득시켜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10화서 유라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라고 떠올렸다.
1999년생으로 올해 25세(만 24세)가 된 진지희는 아역 시절부터 뛰어난 연기력으로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한 그는 "빵꾸똥꾸야"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얻으며 ‘빵꾸똥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성인이 된 이후 ‘펜트하우스’ 시리즈서 ‘유제니’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첫 성인 연기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으로 선보이게 됐다.
진지희는 “저도 제가 하면서 이번에 성인 역할이 처음이라는 걸 인지했다. 사실 전부터 연극 등을 하면서 성인 역할을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첫 성인 역할’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는데, 제작발표회 때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이게 내 첫 성인 역이자 악역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지했다”라면서 “제가 반응을 잘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주변 반응이 좋은 것 같더라. ‘좋은 캐릭터를 맡았다’, ‘원작과 비슷하다’는 좋은 피드백이 오고 있다고 들었다. 되게 뿌듯하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진지희는 성훈(서도국 역), 강신효(서정욱 역), 오승윤(유세혁 역) 등 극 중 총 세 명의 남자와 러브라인(?)을 그려낸 바 있다. 이에 “오빠들이 다 너무 장난꾸러기다. 사실 걱정을 좀 했었다. 제가 촬영장에서 막내이기도 하고, 이 장면을 어떻게 잘 풀어나갈까 했었다. 그런데 오빠들이 진짜 오빠와 동생처럼 대해주시고, 장면에 대해 소통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분 다 다 각자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성훈 오빠는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신효 오빠는 항상 ‘너 같은 여동생 있었으면 맨날 괴롭혔을 거 같다’고 하면서 친구처럼 장난치는 스타일이었고, 승윤 오빠는 아역 때부터 봐와서 연기하면서 제일 마음이 편했다”라면서 “물론 경력으로는 선배지만, 현장에서는 저보다 더 대선배님들이 많으셔서 그냥 ‘모르쇠’ 했던 거 같다. 현장에서는 귀여운 막내로 남아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같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마수리’라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배우 오승윤과의 호흡을 떠올렸다. 진지희는 “우리 둘 다 이름이 아닌 다른 애칭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서로 고민하는 게 뭔지 안다. 오빠도 많이 힘들겠네, 지희도 많이 힘들겠네, 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아역 배우 이미지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 기준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진 잘 모르겠지만, 아직 중간인 거 같다. 다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주변 반응도 그렇고, 제가 봐도 이제는 어렸을 때의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03년 KBS ‘노란 손수건’을 통해 데뷔한 진지희는 벌써 경력 ‘20년 차’의 배우가 되었다. ‘20년 차’ 배우 진지희는 이번 작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 대해 “주체성과 자아를 찾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가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연기 경력이 오래됐으니 (연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제게 자의식이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다. 그동안 배운 것들은 있지만, (그간) 내가 생각이 들어간 행동을 했었나,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연기 할 때부터 조금 더 저의 자의식이 들어가서, 스스로 성장한 드라마였다”라면서 “배우가 연기 이상 외의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현장 분위기 리드라던가, 다양한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저도 조금 많이 배웠던 거 같다.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나이가 어려서 잘 한다기보단,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지지 않나. 그걸 연기에 녹여갈 수 있어서 의미 있던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기보단,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고르려고 한다. 사실 ‘빵꾸똥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면 이번 작품도 해서는 안 됐다. 같은 ‘악역’ 라인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라며 “그런 것에 의식을 하기보다는, 이 작품이 재미있는가, 이 작품에서 내가 연기 공부하고 했던 걸 이 작품에 녹여 낼 수 있는가, 작품을 통해 뭘 얻을 수 있는가를 더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제가 캐릭터를 가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다만) 최근에 센 캐릭터를 연달아 맡아서 그런지, 이제는 조금 잔잔한 것, 힐링 되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그런 역할을 했을 때 또 다른 매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의 기대가 있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진지희는 자신의 배우 경력 ‘20년’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제 스스로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게, 한 직종에 20년이나 시간을 쏟은 거지 않나. 물론 초반은 어렸으니 간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중고등학교부터는 제 의지로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으니 (배우를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배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는 “이때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던 이유도, 그때 아니면 학창 생활을 다시 보낼 수가 없지 않나. 그 나이 때 해야 하는 것들은 무조건 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지희로서의 삶도, 학교도, 연기도 행복하고 하고 싶은 일이니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런 관점이 ‘연기’에 온 것 같다. 지금 제 나이에 해야 하는 것은 ‘꿈을 위해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잔잔한 장르의 영화도 해보고 싶고, 운동도 좋아하니 액션도 해보고 싶다”라면서 “(이 밖에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춤도 재밌고, 공부도 시험을 보는 건 싫지만 좋다.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게 좋다. 많은 게 하고 싶다 보니 하루하루 촘촘히 살아가는 것 같다. 가끔 피곤하기도 한데, 무언가 하나씩 알아갈 때 재미를 느낀다”라고 웃었다.
이처럼 ‘배우’로서의 꿈도, ‘일상’에서의 열정도 많은 진지희는 올해 2023년을 ‘잊지 못할 해’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번 2023년은 저에겐 의미가 큰 한해였다. 저의 25살이 항상 기대됐었는데, 꿈꿔왔던 것을 이번 해에 다 이뤘다. 1월 1일부터 연극을 시작했는데, 새해부터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독립해야겠다’는 꿈을 꾸다가 독립했고, 독립하면 독립 예능 나가야지 했는데 ‘나 혼자 산다’에 나가게 됐고, ‘올해 작품 하나는 꼭 해야지’ 했는데 작품도 들어와 줬다. 어떻게 보면 저 스스로 업적을 많이 이뤘다. 나중에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올해를 꼽을 정도로, 올해는 후회가 없었다. 절대 못 잊을 한 해가 될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진지희는 “어떻게 보면 같은 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완벽한 결혼의 정석’ 유라를 자세히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다”라고 자평하며 “시청자분들도 진지희가 많이 섬세해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진 배우구나, 혹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시시도하는 배우구나라고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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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제스스튜디오 제공 /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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