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해숙이 영화 ‘3일의 휴가’에 대한 이야기와 ‘엄마’ 김해숙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3일의 휴가' 주연 배우 김해숙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 각본 유영아, 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글뫼)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 분)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 분)의 힐링 판타지 작품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로 호평을 받았던 육상효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인 가족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렸다. 여기에 '7번방의 선물' '82년생 김지영' 등의 히트작으로 주목받은 유영아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이날 김해숙은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시청한 소감을 묻자, “시사회 때 강기영 씨가 제 옆에 앉았는데, 그렇게 남자가 우는 건 처음 봤다”라고 웃으며 “저희 영화가 신기한 게, 아들딸, 관계없이 극 중 어느 시점에서 울음이 터지는 것 같더라. 그 지점은 각자 다르지만, 어느 부분에서 본인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저도 영화를 보면서 터졌다. 저 역시 어머니를 보낸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욱한다. 남녀상관 없이, ‘어머니’는 말만 들어도 울컥 할 거다. 저도 보면서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김해숙은 극 중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로 분해 열연했다. 극 중 연기에 대한 고충을 묻자, “굉장히 힘들었다. 왜냐면 ‘복자’는 현실에 있는 어머니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래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슬픈데, 하늘에서 3일 휴가를 온 엄마라는 사실 만으로도 관객분들이 ‘엄청 슬플 것’이라는 생각을 다 할 것 같더라. 영화라는 게 실컷 울면 통쾌하긴 하지만, 너무 슬프면 울리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론, 처음에는 현실적으로는 가야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해숙은 “극 중 엄마와 딸이 미국 가는 걸 못 만나고 헤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엄마라면 그 딸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궁금했을 것 같다. 엄마의 인생 목표가 딸이었는데, 거기에 착안해서 엄마도 딸을 처음 보니, 이 엄마가 어땠을까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다. 많은 분이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을 뒤집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영화에 대한 감정이나 방향이 깨질까 봐, 그걸 조절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면서 “촬영 자체도 힘들었다. 민아 씨랑 서로 안 보면서 툭툭 이야기를 해야 했다. CG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현실적으로 여기 앞에 있는 것 같은데 각자 이야기를 혼자 하니까 모니터를 하면서도 ‘어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고민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NG도 엄청 많이 났다. 일단 너무 추웠다. 저희가 1월에 촬영했는데, 정선으로 간다고 해서 저희가 화를 냈다. 매일 날씨 살펴봤다. 사실 제 옷도 얇았다. 복자가 저승사자와 같이 오는 거다 보니 특별한 옷을 입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가야 하니까, 이승 세계에 가서도 차이가 없는 옷이어야 했다. 근데 그 옷이 너무 추워서 그 안에 옷을 10벌은 껴입었다. 앉으면 일어서지 못할 정도였다. 눕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너무 무거워서 일어날 때 옆에서 잡아주기도 했다”라며 웃픈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 배우들과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김해숙은 육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감독님께서 의외로 따뜻한 분이다. 그래서 ‘나의 특별한 형제’도 만들고 그랬던 거 같다. 촬영하면서도 배우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고, 그 배우의 방향이 틀려도 이해를 해주셨다. 여배우 둘이 감독님께 장난을 많이 쳤는데 잘 받아주셨다”라며 “연출 쪽으로도 깨어있으셨다. 감독님도 되게 힘들었을 거다. CG나 장치가 있는 게 아니고, 가장 흔한 이야기 아닌가. 이것을 굉장히 담백하게 풀어나가시는 걸 보고 굉장히 깨어있으신 분이라 느꼈다. 일하면서도 너무 좋았고, 또 감독님이 작업을 하신다면 가고 싶은 정도다. 영화도 완성본을 보니 ‘이래도 안 울어?’ 이런 게 없이 깔끔했다”라고 칭찬했다.
배우들과의 촬영 현장에 관해 묻자, 김해숙은 “민아, 기영이 셋이서 촬영 할 때가 너무 재미있었다. NG가 서너 번은 났었다”라고 떠올리며 “아마 민아가 좀 힘들었을 거다. 제가 귀에다 대고 옆에서 소리 지르는데도 안 들리는척을 해야 하니까. 서로 눈 마주치다 터져서 NG도 많이 났다. 그리고 작품에 강아지도 나왔는데, 강아지도 요즘 배우처럼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 되게 말을 안 들이어서 힘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영화도 따뜻했지만, 촬영 현장도 그랬다. 강기영 씨와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정말 좋은 배우더라. 영화 첫 장면 촬영이 백반집에서 기영 씨가 내려오는 거였는데, 처음 했는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맞춰줘서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다. 여러모로 결과가 따뜻하게 나온 영화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특히 극 중 김해숙의 딸 ‘진주’ 역을 맡은 신민아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신민아는 시골집으로 돌아와 엄마 복자가 하던 낡은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를 연기했다. 김해숙은 “민아가 아마 제가 캐스팅되어서 이 작품에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언뜻했던 것 같다”라면서 “저도 민아가 되어서 너무 좋았다. 저희(배우)도 사람인지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안 만나 봐도 싫은 사람도 있고. 하지만 민아는 한 번도 실물로 본 적도 없는데, 되게 좋았다. ‘언젠가는 한 번’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민아 씨가 되었다고 해서 되게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촬영하면서는 성격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 지향점이 비슷한 게 많아서 서로 깜짝 놀랄 정도"라면서 "민아 씨는 원래 말이 좀 없고, 사람을 굉장히 가린다. 저도 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좀 그런 편이다. 별로 집 밖으로 안 나가는 점도 비슷했다. 저희가 정선에서 약 2달간 촬영했는데, 쉬는 날에 항상 숙소에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해숙은 "인간 신민아는 정말 변함없는 아이다. 배우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말은 많지 않지만, 혼자서 고민이 많다.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라면서 "이번에 작업하며 인간, 배우 신민아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게 됐다. 멋진 배우인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 중 '엄마'와 실제 '엄마' 김해숙의 차이도 들을 수 있었다. 김해숙은 "저는 어릴 때부터 연예계 일을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있다. 저는 백 점짜리 엄마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어릴 때 많이 못 봐줬다. 거기서 이미 저는 안될 거 같다. 지금은 오히려 나이가 들다 보니 거기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집착하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어릴 때 아이들에게 못 해준 게 있어서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게 속에 있는 거 같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러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 자녀들에 대해 "제 자식은, 늙었다. 사십이 넘었다"라고 웃으며 "사실 제 딸들이 제 영화를 그렇게 보러 오지 않는다. 바쁘기 때문이다. 항상 바쁘고 스트레스받아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꼭 좀 와서 봐줬으면 했다. 다행히 와서 봤더라. 같이 봤더니 ‘진주(신민아 분)가 나네’라고 하더라. 저도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면서, 그렇게 대물림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김해숙은 말 그대로 '열일' 행보를 선보였다. '3일의 휴가'를 포함, 드라마 '신성한 이혼', '악귀',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데몬', '경성크리처'까지 총 다섯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이에 김해숙은 "사전 제작을 하고 편성을 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묶여 있던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올해 많이 풀어져서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모든 역할이 다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사실 워커홀릭인 것 같다. 인터뷰는 자주 안 하지만, 언젠가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 적이 있다. 한동안 쉬어본 적이 있었다. 딱 20일 쉬니까 거의 우울증까지 왔다. 그때 처음 인간 김해숙을 돌아봤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많은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작품이 들어와서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아직도 첫사랑을 하는 옛날의 나처럼 설레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와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싶다. 그래서 이 일에 빠지게 된 거 같다. 물론 힘은 들다. 누가 저에게 ‘아이돌 스케줄 같다’고 하더라. 요즘은 좀 몸이 아프긴 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감, 현장에서 카메라가 켜질 때의 그 느낌, 그게 배우 일을 하는 원동력 같다. 언젠가는 저의 열정이 사라지게 되면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저 아직은 장난이 아니다"라고 웃었다.
더불어 "사실 거절한 작품도 많다. 항상 그래도 감사하다. 제가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고, 나이는 노년이지만 활동하는 현실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라며 "딱히 안 해본 역할도 없는 것 같다. 저는 옛날부터 멜로가 하고 싶어, 뭐 해보고 싶어, 는 없었다.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배우로서의 내가 성취할 수 있는 캐릭터가 좋았다. 그냥 김해숙 배우로서, 나이에 상관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목말라 있다. 다행히 많이 이룬 것 같다. 앞으로 제 안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모르고,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꺼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항상 기다리고 있다"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1975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예계 생활만 48년 차다. 김해숙은 "제가 욕심이 많아서,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음 좋겠다’ 싶은 적도 있다. 저도 작품을 볼 때 신중하게 고른다. 왜냐하면 나름대로 자신의 연기 지론이 있지 않나. 절대 상황이 같아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게 저의 연기 지론이다. 그게 제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활발하게 배우들과 활동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더불어 책임감도 있어졌다. 거기에서 멈추면 좋겠는데, 저는 욕심이 많아서 앞으로 (활동을) 더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데뷔 약 50년이 된 소감에 대해서는 "의외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2~3년 전부터 알기 시작했다. 대상이란 건 타본 적이 없었는데, 대종상 수상 등을 하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너무나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셔서. 상이라는 게 기분도 좋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거기에 연기로 보답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이분들을 실망스럽지 않게 하는 게 제 길이라 생각한다"라면서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제 안에는 아직도 무엇을 꺼내고 싶은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해나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영화 '3일의 휴가'에 대한 홍보도 놓치지 않았다. 김해숙은 "이번 작품에 나온 엄마는 여태껏 나오지 않은 엄마였다. 현실에 있지 않고, 어머니가 사실 영혼으로 왔다는 발상도 너무 좋았다.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지만 그걸 꿈으로 이룰 수 있고, 거기에 같이 동화되어 함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런 비슷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자극적인 작품이 많지 않나. 안 그래도 세상은 복잡해지는데, 인간미가 없어지는 거 같다. 저 자체도 바쁘게 살다 보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았다. 흘러가서 보면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가장 못 했던 말이 아프더라.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나와서 사라져가는 인간미를 주면서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이 될 영화라 생각해 택하게 됐다. 그만큼 연기도 혼신을 다해서 했다. 보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12월이면 모든 걸 다 정리해야 할 시기니까. 화려하게 보내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보고 본인, 가족을 돌아보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3일의 휴가’는 오는 12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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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제공